며칠전 뉴스기사를 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소비가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거다. (물론 우리 국민의 전체인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기에 절대량으로는 중국이나 미국을 제칠 수 없지만 1인당 소비금액은 4천만원으로 중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중국은 1인당 8만원정도) 하긴 주변을 봐도 명품가방을 소지한 사람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고 예전에는 명품이 가방에만 국한됐다면 요즘은 의류나 시계, 보석, 운동화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사람도 많이 보인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걸까?
내 명품역사는 한 20여년전 가방을 고르면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남자친구로부터 좋은 가방을 하나 고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백화점에서 가방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보게 되었던 것. 하늘색의 페이턴트 느낌의 가방이었는데 50만원정도로 명품의 ㅁ자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가방이 너무 예뻤지만 가격은 좀 비싸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가방을 고르면 뭔가 싫은 소리를 듣게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그 가방을 포기하고 무난한 블랙백을 선택했는데... 그 가방 브랜드의 이름은 루이비통이었다. 그 이후 명품에 아주 살짝이지만 눈을 뜬 나는 본격적으로 가방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첫번째 내 돈으로 구매하게 된 명품가방은 셀린느. 명품브랜드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그저 보기에 예쁜 가방을 골랐는데 (그 당시는 유튜브나 이런게 전혀 없어 가이드 라인이 될 만한게 없었음) 화이트를 골랐다며 올케에게서 약간 걱정스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쁜 화이트백은 곧 때를 탔고 당시 박스는 물론이고 더스트백 활용조차 잘 몰랐던 나는 명품가방을 일반 가방처럼 보관했고 그 가방은 곧 낡아버렸다. (명품가방이 비싸다고 해서 백년만년 들 수 있는게 아님. 똑같이 낡아요!) 그 이후 화이트백은 절대 사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고 고른건 바로 페라가모 지갑. 색깔이 펄느낌이 나는 진그레이였고 사피아노 가죽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이거라면 쉽사리 낡지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나는 그 지갑을 중국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택시타고 내리다가 실수로 떨어뜨리고 만 것. 지갑안에도 꽤 많은 현금이 있었지만 그 현금의 2-3배가 지갑 가격이었는지라 나는 돈보다 지갑을 잃어버린 아쉬움에 속상해했다. 그런데 중국에는 워낙 명품짝퉁들이 많던지라 내 지갑을 짝퉁이라고 생각해 택시기사가 한국국제학교 근처에 버린 바람에 나는 기적적으로 내 지갑을 되찾았다. (현금은 물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상태였음) 나는 가죽이 손상당한 그 지갑을 버리지도 사용하지도 못해 버려두다가 최근 명품수선센터에 맡겼다. 내 첫번째 명품가방인 셀린느는 너무 낡아서 수선센터에서도 거절당했음. 그 이후 면세점에서 샀던 루이비통 가방들과 샤넬지갑.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대유행이었던 루이비통 가죽태닝을 곰손인 나는 하지않고 그냥 사용했던 것. (아마 내가 태닝작업을 했다면 분명 얼룩덜룩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리지널이 없어서 다미에로 사게된 루이비통은 당췌 낡지가 않는 가죽인지라 나같이 명품이든 아니든 막 쓰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가방이다. 하지만 실패작도 있었으니 너무 예뻐서 사고만 베이비핑크 양가죽 지갑은 몇번 쓰지도 않았는데 바로 낡아버리고 말았다. 컬러도 문제였지만 양가죽이 그렇게 관리가 어려운 가죽이었다는 걸 몰랐던 나의 불찰이기도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던 옛날에 샤넬백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인데 당시 한국에 너무 샤넬백같은 느낌의 저렴한 백들이 많았기도 하고, 비싼 가격에 비해 너무 수납력이 부족해 나는 샤넬백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루이비통에 비하면 디자인도 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컬러도 블랙 일색이라 더욱 그랬다. 첫번째로 구매한 샤넬지갑이 너무 쉽게 낡는것을 보고 그 생각은 더욱 심해졌다. 에르메스에서 마음에 드는 지갑을 발견했는데 15년쯤 전에 500만원을 홋가하는 걸 보고 에르메스는 못 사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명품가방을 살 때 항상 딜레마가 있을텐데 데일리백을 사자니 마음에 쏙 드는것이 아닌 무난한 백을 고르게 되고 (사실 직장인이 아니라면 데일리로 백을 들게되지도 않을 뿐더러 매일 들면 당연히 백이 급속하게 낡는다) TPO에 맞춰 백을 사자니 1-2개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1000만원을 들여 백을 사더라도 늘 주변에 나보다 비싼 백, 나보다 많은 명품가방을 가진 사람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백을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자분자족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명품백은 유행을 엄청나게 많이 타고, 그 당시 유행하는 가방은 더욱 그렇다. (모두가 내가 그 백을 몇년도에 구매했는지 다 알게됨) 그리고 요즘 한국은 이미 명품가방을 1개만 소유하는 시점은 좀 지났다. 이제 신발을 명품으로 사는 사람들과 쥬얼리, 옷까지 명품구매족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당연히 집이나 차도 그에 걸맞게 갖추어야 하고 그러려다 보니 돈을 아무리 벌어도 저축이 힘들고 결국 요즘같은 위기(수입은 그대로인데 집값을 비롯한 자산은 떨어지는 상황)가 오면 민낯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명품가방이든 아니든 무조건 가벼운게 최고이며 옷도 편한게 최고고 신발도 무조건 발이 편한게 최고인 시점이 온다. 나보다 더 언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60-70대가 되면 명품도, 돈도 다 필요없고 그저 건강한게 최고라고 하시니 명품도 다 때가 있나보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드는 명품들에 유독 민감한데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빅백을 주로 드는 사람이 유행템이라고 미니백을 사면 당연히 안 들게 된다. (비싸다고 해서 들게되는 것이 아니더라) 나는 유행템은 당근같은 중고마켓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새것같은 제품을 유행하는 1-2년정도만 반짝들고 재판매를 하면 환경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명품이든 아니든 몇번들면 싫증이 나는 아이템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옷장을 마냥 늘릴 수 있는게 아니라면 정리차원에서도 중간에 한번 옷장정리를 하는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