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휴 Mar 25. 2023

더 글로리

드디어 장안의 화제 '더 글로리'를 전편 다 몰아봤다. 나는 상당히 몰입이 잘 되는 편이라 드라마를 몰아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몰아보기를 싫어하는 편인데 김은숙 작가가 디테일은 약해도 몰입감만은 확실한 편이라 역시 또 이틀만에 전체 16화를 정주행해버리고 말았다. 로맨틱 드라마의 대가인 김은숙이 학교폭력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을때 나는 처음에 반신반의했었다. 그리고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송혜교의 드라마라 (나는 이제 로맨스물에서 송혜교는 끝났다고 보는 사람이다) 사실 볼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이 드라마는 시즌1 개봉때도 장안의 화제였었고 시즌2마저 개봉되자 주변에서 온통 이 드라마 얘기뿐이었다. 대화를 할 때도 기사를 볼 때도 연진이 얘기가 나오자 이제 '더 글로리'를 보지 않고는 안되는구나를 깨닫고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했지만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우울한 드라마는 싫다며 '더 글로리'에 대한 시청을 거부했다. 아들 역시 '더 글로리'가 싫다며 거부해 결국 나 혼자 드라마를 보게되었는데.... 흠.... 이 드라마가 내게 주는 울림은 컸다.

아직까지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드라마를 간단히 브리핑해보자면

친엄마가 보살피지 않아 달방(쪽방같은 곳)에서 혼자 생활하는 문동은(송혜교)은 윤소희에 이어 학폭 패거리5인방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다. 학폭 5인방의 괴롭힘 상대는 철저히 여자아이들이었으며 박연진은 고데기를 이용해 문동은의 살을 짖이긴다. 참다 못한 문동은은 경찰서에 도움을 청하지만 박연진의 엄마에게 매수당한 경찰은 사건을 무마하고, 담임조차 재력가 부모를 둔 박연진과 전재준에게만 신경을 쓸 뿐 가난한 문동은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5인방이 자신의 달방에까지 찾아와 다리미로 화상을 입히자 동은은 자살을 결심하지만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녀는 자퇴를 결심하고, 5인방은 새로운 희생자(동은의 친구 경란)를 찾아 또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고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동은은 너무 고단한 삶에지쳐 죽으려고 한다. (동은의 엄마가 딸인 동은을 보살피는 대신 고작 1000만원정도의 돈에 박연진의 엄마에게 매수를 당했기 때문) 그러나 자살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동은은 자살대신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힘을 가지기 위해 염색공장에서 일하면서 교대에 진학하려고 애쓴다. 결국 동은은 교대에 들어가고 2년만에 임용고시에 붙어 세명시(학폭은 세명고등학교에서 일어남)에 갈 날만 호시탐탐 노린다. 늘 박연진을 포함한 5인방의 행방을 파악하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그들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던 동은에게 드디어 세명재단 이사장의 약점을 잡는 날이 오고, (이사장에겐 동성의 비서애인이 있었고 그에게 유산을 물려줄 계획이 있었음) 그를 협박해 세명초 1학년2반 담임으로 학기 중간에 들어가게 된다. (1-2반에는 연진의 딸 하예솔이 다니고 있었음) 동은이 어딘가에서 루저의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진은 그녀가 자신의 딸 담임으로 오자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눈치채고 복수의 서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연진은 동은이 자신의 딸을 괴롭힐까봐, 또 학폭사실이 남편에게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지만 사실 그녀의 잘못은 비단 그것들 뿐만이 아니었다. 연진은 결혼 전 학폭 5인방 중 한명이었던 재준과 섹스 파트너 사이었으며 재준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남편과 결혼했던 것. 늘 연진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동은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명오를 시켜 친자확인을 한다. 

어릴 때부터 집안이 부자였던 연진,재준,사라와 달리 가진 것이 없었던 혜정과 명오는 고등학교때는 행동대장으로,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다른 3명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그 집단에 붙어 있었다. 혜정은 스튜어디스가 되서 돈 많은 남자를 물어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으며 명오는 재준의 운전기사 일과 나머지 4명이 시키는 일을 해주며 수고비를 받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영리한 동은은 먼저 쌓인 것이 많았던 명오를 불러 소희를 죽인 사람이 연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들간의 균열을 도모한다. 명오는 연진에게 10억을 뜯어내 러시아로 가서 사는것이 목표였는데 협박도중에 방심하다가 연진에게 술병으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죽임을 당한다. 소희에 이어 명오까지 죽이게 된 연진은 자신의 살인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며 기상캐스터인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까봐 동은엄마를 이용해 다시 동은을 압박한다. 재준은 예솔이가 자신의 딸인것을 알자 예솔이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연진의 남편인 하도영에게 죽임을 당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혜정에 의해 시력을 잃게 된다. 세명시의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딸인 사라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인데 유명화가이다. 동은은 사라에게 돈을 준비해 놓으라고 시킨 후 그 돈으로 현남의 딸을 유학보내는데 쓴다. 현남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살던 인물로 세명재단 이사장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다가 동은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동은에게 자신과 동맹을 맺자고 한다. (자신도 동은의 복수를 도울테니 동은도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둘은 서로를 사모님과 이모님으로 부르면서 도움을 주고 받는데 현남은 무식한 여자로 나오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최고인 엄마로 동은은 그녀를 보며 상처가 조금 치유된다. 사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교회에서 일요일에 자위행위를 하다가 성도들에게 영상이 찍혀 개망신을 당하고 수감되는데 자신의 오럴 동영상을 친구들에게 유포한 혜정에게 격분해 혜정의 목을 연필로 가격하고 다시 경찰서로 끌려간다. 혜정은 재준을 사랑하지만 재준이 연진을 사랑하자 재준 대신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줄 남자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결혼식을 앞둔 그녀는 혜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예비시어머니와 동은이 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기겁하며 동은이 부탁한 것을 차곡차곡 해나간다. 명오의 아이패드를 습득해 친구들의 스모킹건을 쥐게 된 그녀는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략이 늘 20% 부족하다. 동은은 아무 죄가없는 연진의 남편 하도영과 연진의 딸 예솔이 마음에 걸려 연진에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연진은 외려 적반하장으로 자신덕에 아무것도 가진게 없던 동은이 선생까지 될 수 있었다는 식으로 나오며 동은은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마음속에 되새긴다. 연진 남편의 환심을 사기위해 바둑까지 배웠던 동은은 그의 호기심을 사는데는 성공하지만 그는 쉽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끝까지 연진을 버리지 않겠다고 하다가 연진이 학폭뿐만 아니라 살인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자 이혼한다. 현남의 남편으로 하여금 연진의 엄마를 협박하게 하는 함정을 팠던 동은은 연진엄마가 협박에 견디다 못해 현남의 남편을 살해하자 연진엄마에게 자신과 딸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묻고 연진엄마는 딸을 팔아 본인을 구한다. 동은과는 달리 무슨 짓을 해도 자신에게는 뒤를 봐주는 엄마가 있다고 생각했던 연진은 거기에서 무너지고, 회사에도 사직서를 낸 채 자멸한다. 소희를 죽인 건 맞지만 경란이 죽인 명오 살인죄까지 뒤집어 쓰고 말이다. 연진에게 'o'자 들어가는 사람을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던 연진의 엄마 이름이 정작 홍영애란 사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연진엄마의 동창으로 그 모녀의 뒤를 봐주던 경찰관은 (드라마에서 언급은 안 되었지만 연진과는 마치 부녀사이처럼 그려진다) 깡패처럼 부리던 수족들에게 비오는 날 도끼로 죽임을 당하고 연진의 엄마와 연진은 각자 살인죄로 감옥에서 복역하게 된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주원장 아들 주여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의 아버지는 연쇄살인마를 살리려다가 살인마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사이코패스는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지만 거기서 주여정을 계속 자극하는 편지를 보내고 주여정은 그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 자신의 어두운 면 때문인지 무의식중에 동은에게 끌린 여정은 그녀의 복수를 함께하게 된다. 여정은 동은을 도우며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가지만 늘 사이코패스를 잔인하게 죽이는 상상을 한다. (여정은 연쇄살인범이 감옥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뭔가 더 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함) 주병원에서 레지던트생활을 마치고 세명시에 성형외과를 개업한 그는 동은을 사랑하지만 오랜기간 그들의 관계는 비지니스같은 측면에 머물러 있게된다. (김은숙이 자신의 장점인 로맨스를 아주 조금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불만이었음) 마침내 학폭5인방에게 복수를 끝낸 동은이 죽으려할 때 여정의 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라도 동은에게 살아남아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6개월 이후 여정에게 돌아온 동은은 그에게 '복수과외'를 제의하며 여정의 복수를 위해 같이 교도소로 향한다. 동은이 학폭을 당할 때 가해자 편을 들며 피해자인 동은을 외면했던 담임선생님은 은퇴후 천식으로 고통당하다가 아들이 장학사 면접을 앞두고 (몇년째 계속 떨어지고 있었음) 동은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고 하자 결국 꽃가루 알레르기로 아버지를 죽게한다. 연진엄마가 의지했던 무당은 놀라운 신기로 승승장구하지만 10억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다가 결국 벌전(신에게 맞아 죽는 것)을 당하고, 동은의 학폭에 가담했던 관련자들은 남자들의 경우 100%, 여자들의 경우 20% 사망한다. (여자들은 주로 동영상으로 망한다. 현실반영이 매우 적절하게 된 예라고 볼 수 있음)   

           


더 글로리를 보고 느낀 것은 학폭의 끝은 살인이라는 것이다. 학폭이든 강간이든 성폭행이든 모든 죄의 끝은 살인이다. 그리고 살인을 여러번 하는순간 그 사람은 연쇄살인범이 된다. 학폭을 진두지휘했던 연진은 결국 사람을 죽였으며 (2번이나!) 연진의 죄를 감싸주었던 연진의 엄마도 사람을 죽였고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다. 동은은 타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 고기를 굽는것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학폭의 한 순간도 잊지 못하는데 사라는 동은의 이름조차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학폭 가해자들은 모든 순간을 그저 "내가 그렇게 심했었나~?"정도로만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학폭을 저지르는 이유는 오직 "심심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죄에 대해 무뎌져서 어느순간 살인조차 가볍게 저지르는 순간이 오며 (이는 사이코패스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난다) 나중에는 도대체 살인을 왜 한거냐?는 질문에조차 그저 "심심해서"혹은 "라면싫어하는 아들의 얼굴이 궁금해서"라는 하찮은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저 손이 자유롭게 있었고, 옆에 메스(살인기구)가 있어서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사라의 행동에서도 드러나는데 화가나자 머리에 꽂았던 연필로 혜정의 목을 관통하고자 한다. (그게 연필이 아니라 조금만 더 날카로운 물건이었다면 혜정은 당연히 죽었을 것이다) 학폭5인방 욕을 안쓰는 사람이 있는가? 학폭의 시작은 언어폭력이다. 언어폭력으로 시작해 물리적 폭력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욕설이라도 자제해야 하며 언어순화에 힘써야 한다. 이제 음주운전을 모두 음주살인으로 인식하듯이 학교폭력은 학교살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성폭력 역시 성살인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감형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음주운전시 음주를 했다고 해서 감형을 하지 않는것처럼 심신미약이라며 음주감경을 내세우법문화도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