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잔다. 오후 10시가 지나면 텁텁한 가로등 불빛만 켜지고 담뱃불조차 사라진다. 경제활동이 멈춘 건 당연지사. 최근에는 거리두기 지침마저 변경돼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인다. 죽을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사업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쓰벌 죽여라 죽여” - (20대 김 사장) “지금이 역대급.. 장사 포기할 듯” - (40대 장 사장)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살짝’ 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장 영업 제한시간 단축. 4단계 지침이 내려진 지자체엔 기존 오후 10시에서 9시로 마감이 1시간 앞당겨졌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내놓자 전국 곳곳의 자영업자들은 “죽으란 소리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지난 주말 전국의 일부 사장님들은 비가 오는 날임에도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식당 내부는 절간처럼 고요한 반면 공원 주차장 등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거짓말 같게도 혼잡하다. 특히 영업 제한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시선을 피해 구석으로 하나둘 몰려든다. 풍선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순간을 요즘 꽤 자주 포착한다는 점이다.
언제는 이런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집 뒤에 체육공원(산 중턱에 있다)에 자주 간다. 이유는 사람도 적고 지대도 높아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씨끄러웠다. 대략 7명의 성인이 모여 술파티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즉시 신고하고 그들을 방역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했다. 아마 개인당 10만 원 정도 물었을 듯하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야밤에 사적 모임을 가진다는 건... 감염 여부를 떠나 그야말로 일선 의료진들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아마 그때부터였다. 정부의 사업장 영업시간 제한 규정,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규제 초반에야 강제 귀가라는 점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으나 이제는 정말로 아니라는 거다. 자영업자들도 “운영시간제한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자주 가는 가게 사장님은 이런 말을 했다.
“영업시간 제한은 자영업자들 죽으라는 소리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희생해왔지만, 이제는 희생 강요를 과하게 하고 있다.”
이 글의 요지 또한 그들의 목소리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일방적인 희생은 안 된다. 나쁜 놈은 따로 있다. 차라리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인정하고 많은 것을 내려놨다. 감염 위험성은 커진 대신 경제성장은 톡톡히 이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젠 달라질 때가 됐다. 지금 백신 접종률은 50%가 넘었다. 질병의 치명률도 높지 않다. 똑같이 따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무분별한 규제는 아니라는 거다. 방역 모델을 규제가 아닌 자율로, 그리고 자율엔 책임을 뒤따르게 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지 싶다. 물론 이 또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