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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멍 Aug 16. 2021

이소라

난 밍밍한 사람이었다. 짠내가 났던 적도, 달콤했던 적도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수 이소라의 노래에서 난 절절한 슬픔을 느꼈다. 그때 '엥?' 했다. 


언젠가 이런 적이 있다. 


퇴근길,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날이었지만 타향살이를 오래 한 탓에 웃기게도 우리 동네에는 만날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집 가는 방향으로 곧장 갔다. 괜히 서글펐다. 억울한 마음에 핸들만 꽉 잡았다. 그때였다.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가사 일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난 슬픈 사람이 아닌데...” 하며 달래 봐도 나는 그 노래와 슬픈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노래가 흘러갈수록 멜로디는 축축 처졌고 가사는 슬퍼져만 갔다. 가벼워야 할 퇴근이 천근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멀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지만 그 한숨과 함께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이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도 이런 깊은 감정을 느껴봤던가? 처음에는 “아니오.” 그리고 노래가 끝나고선 “예.” 


여기에는 차마 쓰지 못할 수백, 수천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까지 감정을 숨겼구나... 그래서 더 몽글몽글했던 거였다. 비단 퇴근길에 느꼈던 고단함 섞인 외로움만 느꼈던 게 아니었던 거고 난 그 감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던 거다.


핸들을 움켜쥔 손이 뻘쭘해졌다. 멜로디가 등을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때만큼은 째지게 걸렸던 달도 나를 비췄고 가로등마저도 내 앞길만을 밝히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어깨가 처질 때면 이소라 노래를 듣는다. 내 감정에 일익을 담당하는 중추가 됐다. ㅋㅋ 어제도 들었다. 그리고 어제는 이런 말을 했다. “힘들 때만 찾아서 미안해요.” 나는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들을 거다. 그리고 공감받을 거다. 또 힘들 때 찾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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