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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로하스 Polohath Dec 19. 2020

참 쉽죠?

이상하게 그냥 Bob Ross라고 불러지지 않는다. 꼭 아저씨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 진다. 공영 방송 시간이 제한적이던 시절, 정 볼 게 없을 때 틀어보던 교육 방송에 자주 등장했던 아저씨는 보는 사람의 머릿속을 순식간에 비우고 넋을 놓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며칠 전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문득 아저씨가 생각났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고 아저씨도 돌아가셨지만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 잠이 오지 않는 밤 갑자기 떠오른 아저씨는 구원자 같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마음과 머리가 가져다주는 평화다.


예전에는 아저씨의 신기한 솜씨에 빠져 붓질만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 자막과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아저씨가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도 같이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네 친구와 차 한잔 하며 던지는 말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운 목소리로 읊어주는 인생론이 그림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밥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림 그리기가 단순한 재능이나 손재주를 넘어서 내가 절대자이며 조물주인 세계를 여행하는 것임이 저절로 느껴졌다.

명작은 세대를 초월하는 법이라더니 엄마 옆에서 같이 보던 아들들도 아저씨의 현란한 손놀림에 빠져들었다. 그 뒤로 자기 전 아들들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핸드폰으로 밥 아저씨의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둘째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취해 중간에 스르르 잠이 들곤 한다. 끝까지 시청한 첫째도 긴장이 풀어져 금방 잠이 든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저씨의 말과 그림 속에는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기쁨과 안식이 있었다. 앞으로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때마다 나도, 아들들도 종종 아저씨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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