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곳
깨끗하고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폐쇄병동
그곳에 갈 때 다리를 다쳤는데 목발을 안 갖고 간 거 같다. 그 폐쇄병동 문이 열려있었고 난 그곳에 잔뜩 긴장한 채 절면서 발을 디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폐쇄병동에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자는 곳은 남자, 여자 따로 되어 있었고 거실 같은 곳에서 다 같이 모여 있을 수 있었다. 처음 온 내게 어떤 남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수술하고 낯선 폐쇄병동에 와서 정신없었다. 그 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그 애를 성인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일반 병실과 달랐다. 마치 공장 기숙사 비슷했다. 복리후생이 잘 되어있던 그 회사가 생각이 날 정도였다. 새벽에 일어나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꽁꽁 닫혀있던 곳이 아침 식사 시간이 되면 폐쇄병동의 문이 열렸다. 나는 한참 거기에 있었을 때 나가고 싶어서 배식대차가 들어오던 그곳에서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뛰어나가고 싶었다.
식사도 정말 잘 나왔다. 양식 한식으로 나뉘어 나왔었고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밥을 다 같이 먹고 나면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TV를 보거나 탁구를 치는 식이었다.
폐쇄병동에서의 생활도 할 만했다. 하지만 부러져 수술 한 내 왼쪽 다리는 적응이 안 되었다. 나는 절면서 병동 복도를 한참 걸었다. 제대로 걸어지지 않았다. 복도의 벽에 붙어있는 안전바를 잡고 계속 걸었다. 병실에 들어와서는 침상에 누워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을 했다. 나는 똑바로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운동을 했다.
여자병실에서 어떤 언니와 친해졌다. 그 언니는 내 사촌언니와 비슷해서 익숙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간식 같은 것도 가족들한테 부탁할 수 있었다.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병동 안에 전화기가 있었는데 나는 전화해서 바디로션과 음료수, 양치컵을 사달라고 부탁했었다.
한 번은 새벽에 일어나 공동냉장고에서 허겁지겁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 알고 보니 언니의 간식이었다. 언니는 싫어했었다. 그래도 막 화를 내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언니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술학원 선생님이었고 나이는 40이 넘었었다. 아들도 하나 있었다. 더는 묻지 않았다. 그 언니가 풍기는 분위기는 침체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랬다.
폐쇄병동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픈 사람들이 많은 가보다. 어떤 언니가 들어왔는데 그 언니는 엄마가 폐쇄병동에 강제로 집어넣어서 들어왔었다. 그 언니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았다. 그 언니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독방에 갇혔다. 왜냐하면 계속 병동을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새로 온 어떤 남자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배가 덜 불렀는지 그 미술학원 언니가 먹다 남긴 빵을 배식대차 앞에 서서 주워 먹었다. 그 언니는 마르기도 했지만 음식을 거의 다 남겼었다. 식욕이 없다는 건 삶의 의욕이 없는 거랑 같은 걸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그 남자가 그러는 게 이상하고 한편으로는 안 됐기도 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정신과 약이 살을 찌게 만든다고 했다. 그 남자도 약 때문에 그런 거 같다. 나는 폐쇄병동 자체가 싫어서 배식대차를 발로 뻥뻥 찼다.
남자 의사가 날 끌고 독방으로 갔다. 그 남자 의사 어디서 본 얼굴이다. 저번에 가족 면회할 때 면회실에서 이리저리 재밌다는 얼굴로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의사가운을 안 입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나는 간호사들과 의사한테 붙잡혔다. 그들은 날 정말 정신병자 대하듯이 하면서 웬 주사를 놨다. 그리고 침상에 팔다리를 묶었다. 나는 간호사한테 불쌍한 척을 했었다. 아니다 정말 난 불쌍했다. 그 간호사는 마음이 약해서 인지 팔을 묶을 때 느슨하게 묶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독방에 천장 모서리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손목의 끈을 풀자마자 다시 들어와 묶었다.
난 아직도 그 남자의사를 생각하면 불합리하고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나는 또 환청인지 여자병실의 할머니가 말한 건지 모르지만 '자면 안 된다.'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환청인 거 같다. 독방에 문을 잠갔는데 어떻게 밖의 사람 소리가 들린단 말인가. 나는 그러고 얼마 안 되어 잠이 들었다. 그 주사는 수면제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