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남 탓만 하는 나에게
그곳에서는 약을 먹을 때도 줄을 길게 늘어서서 약을 삼켰는지까지 다 확인해야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보란 듯이 의사, 간호사들이 앉아서 감시하는(?) 창 앞에서 약을 뱉어버렸다. 나는 취직을 하기 위해 간호학원을 다녔었다. 거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 두 분이 동의해야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던 거 같은데 현실에서는 잘 반영되지 않는 거 같았다.
나에게 처음왔을 때, 말을 걸었던 남자애가 폐쇄병동을 퇴원하게 되었다. 그 남자애는 가기 전에 내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난 그 애가 싫지는 않았지만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 그 남자애는 정말로 주지 않네라고 하며 돌아갔었다. 뒤에 알게 되었지만 그 남자애는 정말 17살 애였다.
나는 강제입원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서 오는 무력감과 다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힘들었다.
나는 폐쇄병동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그곳의 사람들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고 다닌 거다. 한 번은 정신과 간호사한테 걸려서 연락처 주고받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연락처를 종이에 적었다. 그 종이라는 것도 엄마가 다이소에서 사서 보내준 공책이었다.
거기서 알게 된 남자는 쉬는 시간에 (뭐 항상 쉬는 시간이지만)자신의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막 화를 냈었다. 나는 너무 심하게 화를 내길래 그 남자도 역시 정신적인 문제가 있구나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 남자에게도 연락처를 물어서 퇴원하고 잠시 만난 적이 있다.
거기서 한 달 정도 있었나 시간개념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체감하기에는 2-3달은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라 오래는 못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지기 전에 외래진료를 받을 때 전혀 병원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생은 항상 내가 바라던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거 같다. 내가 삶을 올바로 걷지 않아서 이렇게 다리를 절게 된 것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올바로 걷지 않아서 다 이렇게 된 거 같다. 이렇게 쓰면서도 난 그 당시에 만난 사람들과 부모, 친구, 동료, 동생 탓을 한다.
나는 공장 입사 초기에 서점에서 사서 읽었던 책을 얼마 전에 찢어버렸다. 그 책을 아직까지 갖고 있었다. 책 제목을 말할 순 없지만 난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정에서 오해를 받아 멱살잡혔을 때 찢겨져버린 내 OJT처럼 반으로 찢어버렸다. 20대 희생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며 설파하는 그 책을 보고 나는 동생 학비를 대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했던 동생을 외면했고 책 속과 내가 직면한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 크다. 나는 이제 책을 고를 때도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