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나
중학교 3학년 때 나한테 따돌림이 있었던 거 같다. 중학교 때 가세가 많이 기울게 되어 학원을 관뒀었다. 공부에 열중하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교우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입학 준비 때문에 다들 바빠서였겠지. 그래서 난 교실 내에서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난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어쩌면 대학 입학할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구분하는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도 철이 덜 든 나는 엄마한테 100만 원짜리 비디오 공부 테이프를 사달라고 해서 과외를 조금 받았다. 그 덕분에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성적이 좋아 반에서 2등을 한 적도 있었다. 친구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도 상황판단이 안되고 세상 물정을 몰랐을까 싶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중학교 때를 만회하려는 듯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집안이 어렵고 나 스스로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빨리 깨쳤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든다. 어떻게 사회에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심해봤어야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없이 나는 그저 중학교 때랑 다르게 많이 사귄 친구들과 놀 궁리만 가득하고 컴퓨터로 공부하기는커녕 놀기만 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된 것이다. 그때 뭐가 그렇게 당당했던지 컴퓨터 서클 활동을 하며 컴퓨터실에 들어오는 다른 학생들에게 나가라며 큰소리 떵떵 쳤다. 중학교 때와 달라진 주변 친구 수에 기세 등등 해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했었다.
과외받은 이야기에 덧붙이자면 과외를 그만두게 된 것은 과외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이다. 원래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 과외를 해주었는데 몇 번 받고 나니 100만 원으로는 수입이 안되었는지 남자로 바뀐 거다. 그 남자한테 배운 건 없다. 마지막에 집에서 나갈 때 아무렇지 않게 내 엉덩이를 만져서 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그 과외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그때는 수치스럽고 무서웠는데 지금 떠올려 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싶다. 따지고 보면 공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왜 그런 일을 겪은 건지 순진하게 세상 물정 모르고 성적은 올리고 싶었던 내 잘못인가 싶다. 난 당차지도 용감하지도 않다. 그때의 나를 떠올려 보면 그렇다. 혼자 버텨내야 하는 시간과 일도 있는데 나는 그 시기에 울기만 했다. 교실에서 1년 동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을 때 매일 집에서 울었다. 그 과외 시간에 이상한 사람한테 성추행이 있었을 때는 무서워서 하지 말라고 말도 못 했다.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닌 그때의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주변 환경이 어쩔 수 없다면 내가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다짐했어야 했다. 자꾸 후회만 는다. 처음 이 글의 제목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철딱서니 없는 나'였는데 겪은 일을 쓰다 보니 제목도 바뀌었다. 바뀐 제목이 더 나은 거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