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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 Dec 22. 2024

나 취직이 됐어 1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난 지금과 달랐을까?

 계속해서 돈이 없어 궁하다고 생각했다. 상업고등학교로 갔으니 취업 수순이 당연하다. 고등학교 3학년 즈음 학교게시판에 올라온 공고에는 OO전자, 같은 회사의 외국계 기업이 있었다. 둘 중 나는 알량한 자존심에 외국계 기업을 선택했다. 친구는 같이 OO전자에 가자고 했지만 나는 다른 곳을 선택했다.


 그때는 내가 조금 앞선 출발선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다르다.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잘 되어있다. 내가 병가 휴직을 받기 전 그 친구의 기숙사에 갔을 때가 기억난다. 나는 여전히 방 3개짜리 6인실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 친구는 기숙사에 주방도 있고 훨씬 넓고 멋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과 딸을 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나는 여전히 가정을 이루지도 취업을 하지도 못한 채 나이만 먹어가고 있을 뿐이다.


 첫 취직은 좌절 없이 순탄하게 합격했다. 서류심사를 거쳐 면접, 그리고 거기서 보는 시험까지 잘 치렀고 건강검진도 결과가 좋아 단숨에 취직하게 되었다. 내가 호적상 태어난 날짜가 어려서 한 달가량 기다리게 되었는데 엄마는 왜 부르지 않는 거냐고 조바심을 냈었다. 취직만 하면 내 인생이 필 거 같았다.


 사회생활시작이 중요한데 말이다.


내가 같이 입사지원해 보자 했던 반친구도 합격해서 같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전학 온 학생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 둘이 같은 회사에 합격했을 때 나에게 당부하셨다. 친구가 몸이 약하니까 네가 잘 대해줘야 한다고. 그리고 네가 가려하는 회사는 남자 비율이 높다고. 선생님 말을 대충 듣고 나는 남자가 많으면 좋지 그리고 그래도 먼 곳에 친구랑 가게 되어 다행이라 여겼었다.


입문교육을 마치고 입사동기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친구랑 같이 밥을 먹고 이동도 같이 했는데 학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마음이 썩 맞는 친구는 아니었다. 우리는 으레 다투게 되었다. 친구랑 나는 다른 기숙사 방을 배정받았고 현장수습사원으로 3개월 근무를 하는 도중 같이 갔던 친구가 아파서 쓰러지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아프니까 배려해 주는 거 같았지만 결국은 퇴사를 바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회사가 바라는 데로 그만뒀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의 제조 생산직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을 익히고 배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그 배우는 과정은 정말 고됐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처음 겪어본 사회 일이 나는 정말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혼이 나고 실수하는 기간에 나는 쉬는 날이면 집에 내려갔었다. 집에 누워서 쉬어보려 했지만 고3쯤에는 우리 집이 거의 작아져 볼품이 없어져있었다. 그때 뉴스에서 기흉이 유행이었는데 난 기흉 때문인지 그 작은 집에서 기지개를 켜면 숨이 안 쉬어졌었다.


 나는 그때 '아 집이 집이 아니네, 내가 중요하다 생각한 물건은 챙겨 기숙사로 올라와버려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챙긴 것 중에는 고등학교 동복도 있었다. 난 그 교복을 왜 챙겼는지 모르겠다. 동복 카디건이 예뻤는데 입으려고 챙긴 것인지 어쨌든 교복을 챙겨 왔었다. 현재는 그 교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기숙사 내에서도 하도 많이 옮겨서 어디 둬버리고 이사했는지 모르겠다.(기숙사에 들어온 사람이 무서웠겠다. 고등학교 교복이 기숙사에 있으니...)


그 시기에 내가 어려움을 얘기하면 하나같이 어른들이 "본래 처음 일 배우는 시기가 힘들다. 그 시기 지나면 다닐 만할 것이다."라고 얘기했었다. 정말 그 말을 믿고 나는 버텼다. 공장일이라 몸 쓰는 일이 많았는데 공정 작업 중에는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옮기는 일도 있었다. 나는 그 일을 제일 어려워했는데 매일 8시간씩 공정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할 만해졌었다. 하지만 어느 날 씻을 때 보니 배에 멍이 들어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됐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다가 내가 부딪힌 건가 하고 기억을 떠올렸지만 부딪힌 기억이 없다. 그 무거운 자재를 팔힘만으로 못 드니 배에다 받쳐 올려 옮겼는데 그래서 멍이 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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