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지에서 일할 때 선배 여사원이 내가 출근하는 꼴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 "너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맞다 안전화를 신으려면 양말을 꼭 챙겨 신어야 하는데 나는 빨래가 다 안 말랐는지 양말이 없었는지 안 신고 출근을 했었다.
2부지에는 미리와 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 새롭게 시작하는 거라 많은 괴롭힘은 없었다. 나는 용해성형에서 검사만 전담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2부지는 용해성형만 모이는 게 아니라 가공그룹도 함께 모여 조회시간을 보냈다. 가공그룹에는 여사원들이 많았고 나는 또래 여사원들과 친하게 지냈다. 여기까지는 1부지보다 훨씬 인간관계가 좋아진 거 같았다.
하지만 안정감도 잠시 나는 졸업했을 때 친구들과 갔던 나이트클럽이 기억났고 2부지 여사원들한테도 내가 먼저 같이 가자고 했었다. 그들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주었고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의 오후 근무가 끝나면 나이트클럽 가기 바빴다. 교대근무하고 나이트클럽 가고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때 내 나이 23에서 24살 정도였을 것이다. 예뻤을 나이인 거 같다. 번화가 공원 의자에 앉아있으면 지나가던 남자가 내게 말을 걸고 했었으니까
나는 그래도 소속이 용해성형이라 잦은 회식자리에도 참석해야 했다. 술도 잘 못 마시는데 소주 몇 잔에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한테 성희롱적인 발언을 한 기분 나쁜 사람 옆에 내가 앉아있고 그가 내 가슴부위를 치며 일어나라고 깨웠다. 차는 내가 사는 회사 기숙사 앞이다. 나는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문을 열자마자 얼굴로 고꾸라졌다. 아프지도 않았다. 기숙사로 향하는데 누가 내 팔을 잡았다. 나는 뿌리치며 내 코 아래를 훔쳤다.
그렇게 다음날 깨어 화장실에서 씻으려 하니 코밑이 피가 범벅이다. 아스팔트에 얼굴을 찧어 찢어진 거였다. 나는 놀랐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는 말하지 않은 채 나는 곧장 택시를 불러 택시기사한테 물어보며 정형외과에 간 거 같다. 거기서 바보대구 같다는 말을 듣고 바보 흉내를 내줬다.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다. 정말 바보같이...
그렇게 회사로 돌아왔었다. 어제 회식을 같이한 리더는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거 같다. 말도 안 하고 근무에 앞서해야 하는 활동시간도 째고 늦게 나타난 나를 보고 "배짱이 좋네."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잠깐 후회했다. 얼굴을 보면 코밑에 희미한 흉터자국 때문에 우울해졌다.
현장수습사원으로 한참 일을 배울 때 계속 서 있어야 해서 다리가 굵어지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가르치던 선배가 했던 말이 있었다. "에뻐지려고 온 게 아니잖아."하지만 나도 여자인데. 근무기간 동안 가장 큰일이라 함은 내 얼굴에 흉터가 생긴 사건인 거 같다. 그 사이에도 남사원이 많은 회사라 어떤 남사원한테 사귀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난 그에게 안 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금은 조금 후회가 된다.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면 날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 이런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 후회해 봤자 뭘 하나 현재 그 사람은 애가 둘 있는 아버지가 되었고 예쁜 가정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