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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 Dec 25. 2024

모든 사람들과의 불화

옥탑방에서 뛰어내리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부산에 있는 정신병원에 외래진료를 다녔다. 그리고 놀았다. 공장에서 교대근무하느라 tv볼 일이 잘 없었는데 그동안 못 봤던 tv를 실컷 봤다. 새벽에 일어나 tv를 봤다. 새벽에 깨서 밥 달라는 나를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제 각각 바빴다. 아버지는 외국으로 출장 다느니라 바빴고 엄마랑 동생은 나름대로 바빴다. 나는 부산 친구들도 만나며 잘 지냈다.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에서 주관하는 세무 법무사무원 양성과정에도 등록하러 갔었다.


 한 동안 집에 혼자 있는 와중에 집안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오래된 tv, 약통엔 약이 한가득, 빌라 4층에 세 들어 살고 있었는데 들락거릴 때마다 잠그고 다녀야 하는 이상한 집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곤 했었다. 나는 약을 오랫동안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엄마의 혈압약을 냉장고 위에 던져버렸었다. 후에 이 일은 내게 큰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어울렸던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가게 되었다. 나는 처음 가는 워터파크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다니다 화장실 변기에 다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급하게 챙겨서 약속장소에 가게 되었다. 나는 한참 놀다가 어둑어둑해지자 불안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얼른 가자고 재촉했었다. 나는 샤워도구를 하나도 챙기지 않고 온 것이었다. 나는 그냥 물로만 씻고 나왔어야 했는데 씻고 있던 친구한테 빌려서 씻었다. 친구는 싸늘해졌었다. 안 챙겨 온 내 탓이었다. 그리고 워터파크 밖에서 기다렸지만 집으로 돌아갈 땐 그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집으로 향했다. 버스에서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좀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치킨을 잘 시켜주었는데 나는 아버지가 치킨 가져오라고 시키는 게 너무 못마땅했다. 나는 일할 때 잘 먹고살아서인지 집밥을 먹으면 너무 배가 부르고 했었다. 치킨은 아버지 혼자 드시게 했다. 그리고 같이 앉지도 않았다.


내가 잠을 안 자고 계속 tv만 보니까 엄마는 할머니한테 수면제를 사 오게 시켰다. 동생과 엄마, 할머니는 수면제를 안 먹으려고 버티는 나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려 했다. 팔과 얼굴이 붙잡혀 누워있었던 나는 끝까지 이를 다물고 버텼다. 하다 하다 안되니까 엄마는 이거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자신이 그 수면제를 먹어버렸다. 그러곤 수면제가 약효가 없다고 했었다. 나는 할머니한테 실망을 했었다. 후에 나는 할머니한테 몹쓸 말과 몹쓸 짓을 했다.


 집에서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동생이 집에 들어와서 엄마약을 막 찾았다. 나한테 어디에 숨겼냐며 화를 냈다. 나는 내가 숨겨놓고 모른다고만 했다. 동생은 빨리 찾으라며 더 화를 냈다. 나는 김치냉장고를 열며 찾는 척을 했다. 그리고 모른다고 했다. 동생은 그러면 안 되지만 날 때리기 시작했다. 나도 지지 않고 밀치며 모른다고 했다. 남동생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나는 아픈 몸으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렸다. 동생은 정말 악마가 된 거 같았다. 잠시 뒤 내 방문을 열더니 "자나?"라며 물었다.


 동생과 사이가 안 좋아진 것은 내가 공장을 다닌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부터 인 것 같다. 동생과 나는 연년생이다. 그 작은 집에서 빌라로 이사를 했다. 동생은 동생방에 있었고 엄마는 내게 동생 대학 다니는 돈을 내게 요구했다. 나는 싫다고 화를 냈다. 나는 왜 내가 동생 학비를 줘야 하냐며 엄마한테 말했고 동생은 방에서 다 들었을 것이다. 그 뒤 동생은 입학했다가 학교를 관뒀다. 다들 공부하러 온 게 아니더라며 그만두고 신문배달을 했다.

  

다음날 나는 웬일로 집에 있는 엄마한테 이 사실을 말하고 맞아서 멍든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OO가 날 때렸어." 엄마는 화를 내지도 괜찮냐는 얘기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내 귀에 이런 소리가 들렸다 '맞을만하니까 때렸겠지.' 그렇다 나는 환청이 들린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무언가가 내게 말을 한다. 후에 이런 병이 조현병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내가 정신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환청이 들리니 정신에 병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에 친구들은 결혼하느라 회사 생활 하느라 바빠서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잠들기 전에 다짐했다 이 집을 나가겠다고 그때 여성원룸도 찾으러 다니고 방송대도 다니고 있었다. 꼴에 대학 생활은 해보고 싶어서 정석대로 수능을 치지 않고 가는 방송대를 택했었다.


어느 날 집이 분주했다. 내가 그동안 번 돈을 갖고 튈 것을 알았던 것인지.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날은 정말 엄마랑 동생이 서둘렀다. 동생은 외출하는 엄마한테 여닫이 문을 밖에서 잠그라고 시켰고 엄마는 재빨리 문을 못 열게 잠가버렸다. 동생은 짜장면 시킨 걸 가지러 나가려고 정상적인 통로가 아닌 마당으로 연결되어 있는 창고 창문을 열어 나갔다. 집구조가 희한했다. 그때 우리 집은 4층이었는데 옥상 올라가기 전의 공간이 마당처럼 되어 있었다. 그 마당 같은 곳에서 이어진 계단으로 나가서 배달음식을 가지러 나갔다.


 나는 4층 집에서 뛰어내렸다. 다행인지 난 머리도 안다치고 죽지도 않았다. 왼쪽 고관절이 땅에 부딪혀 살아오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을 경험했다. 그래도 일어나 걸었다. 하지만 뛰어내려도 도망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동생한테 붙들려와서 문이 잠가진 집 거실에 갇혔다. 이번엔 다른 창문으로 한번 더 뛰어내려야겠다고 생각하다 기절한 거 같다. 기억이 없다.


 난 그 집을 소개한 그 아줌마를 나쁘게 생각한다. 그 집은 정말 이상했다. 우리집은 4층 건물의 맨 윗층이었는데 여름엔 벽이 태양에 구워져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때 우리집은 에어컨이 없었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마당과 마주보는 동생방 창문에 방범창이 있었다. 쓰다보니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래도 옥상을 오가는 사람들은 주인집 사람들 뿐인데 방범창을 해두다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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