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흔들합니다.
누구는 이게 시스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특정 회사의 문제라며 아니라고 합니다.
결과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167년의 역사를 지닌 스위스 대표적 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희생(?) 됐습니다.
앙숙 관계인 UBS로 허겁지겁 매각 됐습니다.
이런 대형은행이 제대로 된 실사도 없이 2~3일 사이에 매각이 결정되다니요.
정말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래서인지 UBS인수 이후 잡음이 지속되고 있네요.
UBS로 인수된 이후 계속되는 잡음 그중 대표적인 잡음이 코코본드죠.
스위스 금융당국이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을 매각하기 전 이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를 모두 상각처리했는데... 그 규모가 174억 달러 우리 돈으로 23조 원가량 됩니다.
상각은 제무재표상에서 있던 걸 없앴다는 의미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돈 23조 원을 없앤 셈이고, 이 코코본드에 투자한 투자한 사람들은 받아야 할 돈 23조 원이 날아간 겁니다.
한마디로 우리 망했으니 배 째라 했다는 얘기^^;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당연히 발끈하죠. 그래서 소송을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죠.
이걸 지켜본 투자자들은 혹시나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도 같은 문제가 생길까 불안해졌어요.
이런 불안감에 코코본드 시장이 흔들리니 독일의 도이치방크의 주가가 폭락했어요. 물론 다시 회복됐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남아있습니다.
코코본드 궁금하시죠. 오늘은 요놈 코코본드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채권 아닌 그런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채권입니다.
다만 종류가 좀 다른 채권이죠. 우리가 아는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이자를 받으면서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죠. 개인 간의 거래로 치면 차용증 같은 겁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도 되고,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팔아도 됩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가격과 원래 채권의 가격의 차이를 우리는 채권금리라고 부릅니다. 사실 금리가 아니라 수익률이 맞는 표현이긴 해요.(이건 채권에 대한 설명을 해 논 다른 글(https://brunch.co.kr/@kimq/26)을 참고하세요)
그런데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상각(없는 걸로)해 버리거나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요. 전환사채(CB)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비슷하죠. 하지만 주식으로 전환을 시키는 주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전환사채는 투자자(돈을 빌려 준)가 원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주식전환을 요구할 수 있지만 코코본드는 특정조건이 돼 버리면 투자받은(돈을 빌린) 회사가 강제적으로 주식 전환을 해버릴 수 있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으로 다시 정리해 보면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고 코코본드는 주식전환을 당할 수도 있는 겁니다. 더구나 코코본드는 하나 더 상각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분명히 나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채권이 휴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코코본드의 정식 명칭은 Contingent Convertible Bond 조건부자본증권입니다.
여기서 잠깐!
회계의 기본을 잠시만 짚고 넘어갈게요..
우리가 자산이라고 하면 자본과 부채를 더한 걸 말합니다. 부채(빚)도 자산이야?라고 물으신다면... 부채도 능력이 있어야 빌리는 거고 투자받은 돈이 든 빌려서 넣어둔 돈이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든 어쨌든 회사에 들어온 돈이니까요.
그래서 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따질 때 자산 중에 부채가 얼마나 많은 가를 비율로 따집니다.
이게 바로 부채비율이죠. 갚지 않아도 될 돈이 많아야 회사가 안전하다 이런 의미가 되겠죠.
코코본드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자산과 부채 얘길 꺼내냐고요?
채권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한 증서잖아요. 그러니 채권 발행액은 회사의 자산 중 부채로 분류됩니다.
갚을 돈이니 부채가 맞죠?
그런데~ 그런데~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은행(금융사)들을 위한 채권... 코코본드
코코본드를 금융사들만 발행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사랑하는 채권이긴 해요.
앞서 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따질 부채비율을 본다고 말씀드렸는데, 은행 건전성을 조금 다르 기준을 씁니다.
왜 일반 회사들과 다른 기준을 쓰냐고요? 예금이라는 특수자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시죠.
예금은 고객들이 달라면 돌려줘야 할 자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부채인데.. 은행은 이걸 계속 늘려야 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이걸 부채로 계산해서 은행의 부채비율을 본다면 이들의 자산 건전성은 항상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BIS비율이라는 다른 지표로 건전성을 따집니다. BIS비율은 예금 대비 은행의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랍니다.
여기서 코코본드를 다시 떠올려보죠.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해 준다고 했죠?
바로 이점을 활용해 은행들이 BIS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할 때 코코본드를 활용합니다. 코코본드를 신종자본증권이란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코본드의 도입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서다?
지난 2008년 발행한 금융위기 때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운동이 벌어졌던 것 기억하시나요?
당시 월가 금융사들의 탐욕이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은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길 만큼 챙기고 결국 손해를 본 건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과 그들에게 투자했던 투자자들이라는 불만의 폭발이었죠.
코코본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이기도 합니다.
이건 특정조건에 해당되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 되는 코코본드의 또 다른 특징 때문인데요.
이번 크레디트스위스처럼 파산 등 특정 조건 하에서는 코코본드가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아예 상각 돼 버리기 때문에 부실은행의 위험을 그대로 감수하게 되죠. 이는 부실은행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돈이 없어져(코코본드) 회생 가능성이 올라가거나 파산에 이르러 빚잔치를 벌여야 할 경우 예금자나 선순위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먼저 보호받는 효과를 내게 되는 거죠.
크레디트스위스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왜 소송을 벌이나요?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된 게 코코본드 투자자들을 더 억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크레디크스위스의 코코본드를 전격적으로 상각처리 해버리고 UBS로 매각해 버림으로써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식투자자들은 어쨌든 살았죠. 물론 주가는 많이 빠져서 자산의 손실은 있지만요. 하지만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상각 돼 버렸으니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린 겁니다.
문제는 파산 등으로 빚잔치를 할 때 주식보다 코코본드가 선순위라는 거죠. 선순위인 코코본드가 챙길 거 다 챙긴 이후에 주식투자자들이 남은 자산을 나눠 갖는 건데, 이번 사례는 코코본드는 휴지가 돼 버리고 주식은 매각되면서 보호받았다는 거죠.
크레디트스위스 코코본드 투자자들이 스위스 금융당국이 서둘러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하기 위해 코코본드를 무리하게 상각 시켰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게 소송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인 겁니다. 실제 보통주로 강제전환이라도 됐으면 이들의 투자금이 휴지까지는 안 됐을 텐데 말이죠.
금융사들 중 코코본드 발행이 가장 많은 곳은 유럽이고요.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들과 보험회사들도 코코본드를 꽤 발행했습니다.
다만 미국 금융사들은 코코본드를 거의 활용치 않았다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내용을 설명한 방송 링크를 걸어놓을게요. 읽는 것보다 듣는 게 편하시다면 ^^
https://youtu.be/FXEYaSy3t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