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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May 14. 2024

'감자'를 1달러 지폐에 넣어야 하는 이유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감자를 소재로 한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건 반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일 것 같다.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반 고흐는 진정한 농민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목표로 삼았던 인물은 '이삭 줍는 여인들'로 유명한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밀레였다. 한 농가의 저녁 식사를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은 행복한 저녁식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뭔가 우울하고 침울한 농가의 식탁이 그려진 느낌을 받게되는 그림이다. 실제 고흐는 의도적으로 저녁 먹는 가족들의 얼굴을 어둡게, 마치 흙이 묻은 감자처럼 그렸다. 그리고 그들이 식탁에서 감자를 집어 올리는 손은 밭에서 감자를 캐는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그들의 저녁식사 자리마저 밭에서 일하는 농민의 모습, 그 자체이길 바랐던 거다.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반 고흐의 이 그림에 대한 생각과 진정한 농민화를 그리고자 한 의지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난다, 스케치까지 들어있는 편지가 남아있는데. 편지 내용은 온라인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https://vangoghletters.org/vg/letters/let499/letter.html).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유럽에 들어온 감자

감자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의 산물이다. 남미 인데스 산맥 지역에서 자라던 감자를 이들이 유럽으로 가져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에 서로 전해진 물건 등을 우리는 '콜롬버스의 교환'이라고 부른다. 비단 물건만 있는 건 아니고 유럽의 여러 질병이 신대륙으로 넘어가 많은 원주민들이 죽기도 했다.


어쨌든 처음엔 가축용 사료나 가난한 하층민들이 먹는 식품 정도로 취급됐던 감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18세기 중 후반부터는 사실상 감자는 유럽 서민들의 주식이 된다. 감자와 관련된 유럽의 가장 큰 사건은 아일랜드 대기근이다. 1845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감자 마름병으로 1852년까지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아일랜드 인구가 850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전체 인구의 10%이상이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은 끔찍한 시기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감자 마름병이었지만 사실 당시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의 착취도 아일랜드 대기근의 한 원인이다. 아일랜드에는 감자뿐 아니라 밀과 옥수수도 꽤 재배됐는데, 영국 지주들은 감자 수확이 크게 줄자 다른 곡물들을 영국으로 더 많이 가져가 버렸다. 


문제는 또 세금...'곡물세'

프랑스의 악명 높은 세금 '가벨(소금세)'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 이야기할 세금은 아일랜드 대기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곡물세'이다. 곡물세는 당시 영국이 수입하는 곡물에 물리던 세금, 일종의 관세였다. 아일랜드는 감자 마름병으로 감자 수확이 크게 줄자 값싼 미국의 곡물을 수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아일랜드를 통치했던 영국은 곡물세를 더 높였다. 결과적으로 아일랜드는 미국의 싼 곡물을 수입하지 못한다. 반대로 대기근이 한창인 1848년엔 돌연 곡물세가 폐지되는데,  이땐 영국의 대지주들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밀을 본국으로 더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아일랜드인들의 영국에 대한 반감은 이때서부터 시작됐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대로 남아 굶어 죽거나 아니면 살기위해 떠나야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대기근 조형물


영국인들은 미국으로 이주했는가?

답은 여기에 있다. 영국인이라고 표현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아일랜드인들이다. 물론 종교적 문제로 영국을 떠나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한 영국인도 있었지만 당시 1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한 생존의 발버둥이었다. 감자마름병으로 인한 대기근이 없었다면 아일랜드계 영국인들의 이런 신대륙으로의 대규모 이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신대륙으로 건너가 미국 건국에 큰 역할을 한다.  미국 건국의 숨은 공로자가 감자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감자가 미국 건국의 일등 공신이라고 하면 헛웃음을 지을 사람들도 있겠지일정 부분 사실이다.  2008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 중 10.5%가 아일랜드계다. 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20명이 아일랜드 계라는 사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이다. 또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인물 중 8명이 아일랜드 출신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1달러 지폐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식물이나 동물을 지폐 도안에 넣을 수 있다면 감자를 넣어도 되지 않겠는가?


그림 출처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the-potato-eaters-0111/7gFcKarE9Qea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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