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반대라 서로에게 끌렸던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었다는 것을.
아무 기대 없이 나갔던 소개팅 날, 지하철 출입구 앞에서 첫인사를 건네자마자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다. 소개팅 첫날, 집에 돌아온 후로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 나를 온통 휘감았다. 일주일 내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새벽에 물을 마시러 가다가 현기증이 나서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그는 나에게 좋은 사람 같다며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했다. 난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직 확신이 없었지만 마음속 끌림을 따르기로 했다.
나는 감성적이었고, 그는 이성적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와는 다르게 그는 항상 침착하고 차분했다. 나는 거의 매번 약속 시간에 늦거나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지만 그는 늘 정확한 시간에 나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길을 가다가 충동적으로 데이트 코스를 정하는 편이라면 그는 아이패드에 계획표를 그리며 하루 동안 뭘 할지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며칠 전에 들은 일도 종종 까먹어서 그를 서운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내가 기억도 못하는 말들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다음 날 출근은 다음 날의 나에게 맡긴 채 열두 시고 한 시고 흥이 나서 노는 나와 다르게, 그는 오랜만에 만난 군대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열 시 반쯤에는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며 귀가하곤 했다.
나와는 정반대인 이런 모습들에 오히려 그가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는 N극이었고, 나는 S극이었다. 그의 모든 것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랬다. 이미 눈이 멀어버린 나의 마음은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대라 서로에게 끌렸던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었다는 것을.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