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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un 07. 2023

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

<2021-3-18>의 기록 - 멜로가체칠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드라마에서 PPL관련 장면이 과하거나 어색하게 나올 때마다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이것도 하나의 생존방식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때도, 흐름을 끊어 방해가 될 때도 있으니 어느 정도 수용하기에는 한계치에 달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광고 PPL이 드라마에서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루어진 짤들을 보다가 처음 '멜로가 체질'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대화체들이 일상적인 투는 아니었지만 매력 있었고, 매 화 대사들을 어딘가에 새기고 싶던 글귀들로 가득 차 있었다.



1-2년 전 처음부터 보다가 끊겼던 '멜로가 체질'에 대한 시청은, 오늘 다시 꺼내오 보게 되었다.

퇴사 후, 여러 가지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잠깐의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넷플릭스에서 무작정 찾아 14화를 틀었다.





[이은정(전여빈배우)]

드라마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할은 '이은정(전여빈배우)'이다.

툭툭 던지는 속 시원한 말투며 멍하지만 매력있는 눈빛,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설정된 혼자만이 볼 수 있는 시선.

매력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고 매력 있는 배역이라고 생각되었다. 

시크함, 차가움과 외로움, 단단함과 공허함이 공존한다랄까.

그래서 그 만의 매력을 더 발산시켜 줄 만한 역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고 기다려지게 된다.


[한 줄 일기]

옛 애인의 핸드폰을 찾아 그가 기록해 놓은 앱 이름이다.

'한 줄 일기' - 짧은 글로 당신의 소중한 삶을 기억하세요.

기억은 소중하나 기억은 온전하지 못해 왜곡되지 마련이다.

여기에서 '짧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소중한 기억을 짧고 간소하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적어놓는 것 자체가 시원한 여름의 바라과 대나무 숲의 단단한 대나무 같았다.


나의 삶을 담백하게 기록하기. 그리고 그 기록들의 축적물들로 나만의 색이 채워지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모든 기억들과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던 나의 생각과는 반대로 저 장면과 문구를 보는 순간 한 결 가벼움을 느꼈다.



[너무 좋은 나이, 서른]


(대사)


"

나 생각해 보니까 우리 나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아.


뭔가를 다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중엔 제일 노련하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좀 애매한 나이 중엔 제일 민첩하고. 어리고 똑똑한 나이.



멍청한 짓 마음대로 하지 말고 똑똑하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고


어리다고 진짜 어린 줄 알지 말고


무엇보다 내가 느낀 바 현재 주어진 위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위기를 키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 같아.

"


-멜로가 체질 마지막화 -



20대 중후반을 지나서 서른 초반이 되면, 다들 위 대사와는 반대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반화되어버린 그 나이 '대'라는 것이 어느 순간 모두 부정적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위 대사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나이'대'에 초점을 맞춰

그 안에 갇혀서 생각하고 살았을까? 어느 나이 대든 좋은 나이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나이대가 좋은 것이고 일반화되어버린 생각에서 반대로 생각해 보고 시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그 길은 내가 만들어나고 개척해 나가면 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안전한 길과 일반적인 생각들도 맨 처음에는 누군가 시작하고 내딛은 첫걸음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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