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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31. 2021

말이 가지는 힘

감정은 표현할 수록 좋다

며칠 전 아들이 자기 전에 불쑥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거다.

어? 갑자기? 그래도 기쁜 마음에

"응, 엄마도 사랑해."라고 말했다.


기분은 좋았는데,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친구가 시켰나? 나한테 뭐 미안한 거 있나? 아님 새삼스럽게 그럴 일이 있는 건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다음날 퇴근한 아들에게 물어봤다.

"근데, 어제 왜 갑자기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한 거야? 여자 친구가 시켰어?"

"아니에요..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한테는 자주 말했는데, 엄마한테는 얘기한 지 오래된 것 같아서 말한 거예요."

그 말에 난 더 행복해졌다. 정말 가끔이긴 하지만 자식이 주는 감동과 기쁨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내 아이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때로 이렇게 말로 그 감정을 듣게 되면 너무 행복하고 더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감정도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는 만큼 감정이 커지니까 말이다. 자식에게 애정 표현하기는 그래도 쉬운 편인데, 부모님께 감정 표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다행히 난 상냥한 엄마 덕에 엄마에게 사랑 표현은 좀 하는 편이다. 항상 전화를 끊으실 때마다 "사랑한다. 내 딸"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네 저도 사랑해요."라고 말을 한다. 신기한 건 그런 말을 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난 말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가 한창 중2병으로 학교뿐 아니라 집에서도 심하게 반항했던 때가 떠오른다. 워낙 착하고 다정한 아이였기 때문에 독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수 없었다. 자꾸 말썽을 부리니 속상하다를 넘어서 밉다는 감정까지 생기고 너무 우울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상담을 받아보자라고 결심을 하고 수소문해서 상담받으러 갔다. 


지금의 내 상황과 감정을 얘기하는데, 상담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다. 

"아드님이 애기 때는 사랑하셨죠? 나쁜 일 하고 말썽 부리면 사랑할 수 없나요? 공부 잘하고 착해야만 사랑하려고 하셨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확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래, 맞다. 난 잘나고 착해야만 사랑하려고 했었나? 그냥 자식이라서 사랑한 건데.. 말썽을 부려도 내 자식인데, 왜 그걸 잊고 있었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는 거냐고 묻자, 아이가 거부하던 말던 무조건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하셨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이왕이면 볼 때마다 하는 게 좋다고.


그때부터 난 아이가 나를 거부하건 말건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날 뿌리치고 방에서 나가라고 소리치고 하던 아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만히 안겨 있더니 어느 날엔가 살짝 내 등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나도 점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아이는 서서히 중2병이 가라앉아갔다. 그리고 무사히 학교도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취직도 했다. 아직도 여전히 난 아이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물론,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서일까? 아이도 내게 사랑한다 말하는 걸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말한 후에 대답처럼 이야기하던 아이였는데, 먼저 사랑한다 말해주니 얼마나 기쁘던지^^. 




말에 대한 속담이나 명언은 정말 많다. 그중 기억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와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다. 둘 다 말이 갖고 있는 힘, 영향력에 대해서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빚을 갚게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말. 그래서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하고, 또한 말을 잘해야 한다. 특히, 감정에 있어서는 말을 하는 대로 사람의 마음과 감정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순간 정말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이 너무 밉고 싫어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의 저주로 인해 더 싫어하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말이 먼저이고, 그 이후에 감정이 따라가기도 하지만, 말로 뱉었기 때문에 행동이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 보통 금연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서 먼저 '선언'을 하라고 한다. 이렇게 선언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도 기억을 하고 자극을 주고, 입밖에 내어서 말을 했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면서 실천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이렇게 선언을 해서 성공한 경험이 많다. 다이어트도 그렇고, 자격증 공부도 선언을 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말의 힘을 믿는다. 긍정적인 말,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남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그들은 다른 곳에 가서도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말을 잘하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것처럼. 특히,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세 단어는 모든 문을 열어주는 열쇠이다. 그래서 누구에게 건 작은 일에도 고맙다고 얘기하려고 하고, 될 수 있는 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실수했을 때 미안하다고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곳의 문을 열기 위해서..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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