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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18. 2022

언더커버

가족 그리고 용서

얼마 전 JTBC에서 방영했던 '언더커버' 드라마가 종영했다. 지진희, 김현주 주연. 주연배우만으로 본다면 너무 매력적이라서 당연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제목이 '언더커버'라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언더커버란,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비밀 요원 등을 뜻한다.


이런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중 해피엔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도 홍콩영화 '무간도'도. 


잠깐 나와 같이 드라마를 보던 아들의 말.

"언더커버는 결국 이용만 당하고 죽어.

거기에 정부는 책임도 지지 않지..

난 그래서 정말 싫어..."

책임지지 않는 국가, 정부. 이용만 하는 정부. 국가. 그런 말에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게 속상했다. 그래서 뒤끝이 좋을 수 없는 소재. 게다가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고 주장하는 내 입장에서는 선택하기가 어려운 드라마였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보게 된 드라마. 두 배우를 믿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결국 끝까지 보게 되고 이렇게 리뷰한다.


한정현이라는 위장신분으로 최연수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이석규.

처음엔 자신의 진짜 신분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거짓말이 거짓을 낳게 되는 그런 상황.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그렇게 해서는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될 텐데 하는 하는 안타까움. 원래 가장 몰랐으면 하는 사람이 먼저 알게 되는 법! 결국 아내인 최연수에게 신분이 들통난다. 당연한 충격과 분노. 당연하다. 그런 반응은, 나라도 그럴 테니 말이다.


그런데, 예전 안기부 동료였던 고윤주가 최연수에게 말한다.

당신에게 무엇을 속였는가 보다는

당신을 위해서 

무엇을 버렸는가를 봐주라고...


맞다. 이석규는 한정현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직업, 학력, 그리고 가족과 과거를 다 버렸다. 오직 최연수를 사랑해서 그녀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끝까지 그녀를 위해서 노력한다. 아니, 자신의 아내와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목숨을 걸고. 

난, 그의 선택을 보면서 '지킨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인 최연수의 사명감 지키려고 한다. 

남을 돕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인권변호사 그리고 이제는 공수처장으로서의 그녀를. 그래서 결국 법정에 서서 자신의 위장신분을 고백한다.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자식의 목숨뿐 아니라 아직은 어린 그들의 선택 지킨다.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보다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고백함으로써. 


처음엔 한정현으로 계속 살기를 원했었는데 그런 자신 때문에 아내의 목숨이 위험해지면서 그는 한정현으로 산 것을 후회한다.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욱. 그런데 그 후회를 듣는 순간 난 기뻤다. 바로잡으려고 하는구나. 최악의 새드엔딩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석규 : 감옥에서 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연수 : 승미가 그러더라. 우리끼리 용서 못 할 일은 없다고


가족 중 가장 어린 딸이 한 말. '우리끼리 용서 못 할 일은 없다.'

그 말에서 이석규(한정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드러난다. 사랑을 베푸는 아빠. 자녀들이 똑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붕이 되어준 아빠. 그런 어른이었다는 것이. 모든 걸 버리고 얻고자 했던 가정을, 그러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산 자신을 버림으로써 결국 진정한 자신의 가정을 얻은 그.


난 이걸로 만족한다. 여러 약점이 있는 드라마이지만, 이런 소재로도 나름의 해피엔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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