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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14. 2021

드라마에 나타난 감정의 모습들 3

'스위트 홈'과 '낮과 밤'을 보고 ( 스포 있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넷플렉스 드라마'스위트 홈'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간단하게 얘기하면 질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이 괴물로 변하게 되고 그렇게 변한 괴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그린홈 아파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괴물로 변하는 이유에 대해서 드라마 속에서는 군대가 '인간의 욕망' 때문에 괴물로 변한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드라마 속에서의 군의 발표일뿐 정확한 원인은 나오고 있지 않다. 다만, 괴물로 변할 때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데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욕망을 투영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어쨌거나 화면도 계속 어둡고 워낙 잔인하고 징그러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마다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 드라마이다. 


'스위트 홈'은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난 원작 웹툰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생각은 없다. 더군다나 원작의 결말과 다르게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볼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이렇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조금은 다양한 장르,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워낙 장르물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의 능력을 믿는다. 분명 오리지널 드라마로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많이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웹툰 원작 드라마로 종종 변화와 도전을 하는 것도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리지널 드라마로 열심히 보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낮과 밤'이다. 남궁민이 주연인데, 내용보다는 남궁민 님의 연기력을 믿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연기와 이야기 전개에 빠져서 본방사수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낮과 밤'은 서울경찰청 특수팀이 예고살인을 수사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이 중심이다.  알고 보니 예고 살인 대상자들이 '하얀 밤 마을'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고 이 곳에서 인체실험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두 드라마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접근방식은 다르다. 결론도 다를까?

이미 완결된 '스위트 홈'은 보는 내내 코로나 19로 고통스러웠던 2020년이 자꾸 생각이 났다. '스위트 홈'에서 처음 괴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생존본능에 의해서만 행동하게 된다. 그게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은 한다. 물론, 처음부터 정의롭게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괴물이 되려는 자신의 본능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사람도(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괴물이 되는 게 전염이 아니라 자신도 어느 순간 괴물이 될 수 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해간다. 내가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여러 캐릭터가 있기는 했지만 유난히 애착이 간 캐릭터 중의 하나가 원래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나 지금은 독실한 신자가 된 칼을 쓰는 선생님이다. 처음부터 주변을 돕기 위해 애써왔고, 그러다가 함께 싸우는 전우가 된 음악 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된 선생님.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선의를 실천하면서 살인청부업자의 마음에도 변화를 준다. 그런데,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있는 그린홈 아파트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경비 괴물과 싸우다가 팔이 잘리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으로 경비 괴물을 막아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자신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라고 소리 지르는 그. 울면서 바라보다 결국 화염병을 던지는 사람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느새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우리들의 감정도 그런 식으로 변화되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코로나 19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으로 우리는 우한(중국) 사람을 서양인은 동양인을 혐오하고 배척했다. 그런데 이젠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혐오의 감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스위트 홈'의 열린 결말이 나는 마음에 든다. 희망도 절망도 함께 보여주는 결말. 이제 앞으로 그런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생은 바뀔 수밖에 없고 그 선택을 시청자가 하라고 하는 듯해서 맘에 든다. 


'낮과 밤'은 다음 주에 결말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영원한 생명까지 갖고 싶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하는 추악한 사실을 다룬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들에게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을 위해서 권력을 위해서 혹은 과학적 탐구를 위해서 그 욕망에 이끌려 선과 악을 분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서 그저 살기에 급급하다는 핑계를 대며 양쪽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런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선택하라고 한다. 선택을 못하더라도 양 옆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가장 가슴 아팠던 대사가 떠오른다. 인체실험의 희생양이 된 '하얀 밤 마을'의 어린아이 들 중 한 천재소년이 살기 위해서 계획을 짠다. 외딴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을 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약을 만들어서 어른들이 먹는 국에 탄다. 그러면 무의식 속에 있는 선한 마음이 나와서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서로에 대한 악의로 서로 죽이고 자살을 하는 참혹한 사태가 일어나고 그 사이에 아이들 몇 명이 도망치게 된다. 

"난 꿈을 꾸게 하면 선한 마음으로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이다. 9살 어린아이가 생각하기에는 어른들도 꿈은 이쁜 꿈을 꿀 것이고 그 꿈속에서는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가슴 아프고 속상했다.


난 '성악설'을 믿는다고 말은 하면서 '성선설'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다음 주 결말까지 봐야 알겠지만 절망만을 얘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애매한 결말이라도 조금의 희망을 얘기하면서 끝맺음을 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열린 결말로 맺은 '스위트 홈'의 결말이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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