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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Apr 04. 2024

때로는 너무 비싸고 때로는 지나치게 저렴한 뭄바이 여행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2000원짜리 바지를 사 입기

- 감옥 아닙니다

아침 8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생김새는 다소 감옥 같지만, 잠금 성능은 확실해 어쨌든 편안했던 1인실. 방 안은 고요하다. 인도 여행에서 이동할 일을 떠올리면 막막하지만, 의외로 버스 예약 앱이 잘 되어있다. 


라고 하길래 내일 고아 가는 버스 예약을 Abhi Bus 앱으로 해 보려다 바로 실패했다... 

그럼 그렇지. 쉬울 리가 없다. 가져온 마스터 카드로 여러 번 시도해도 안되더라고... ‘이따 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앱을 탁 끈 뒤, 오늘은 여행 둘째 날로서 신나는 날이므로(?) 화장도 하고 출발했다. 



- 크라포드 마켓의 소중함(?)

(예약할 때는 몰랐지만) 내 숙소는 crwaford market 근처라서 나가서 아침 간단히 먹고 돌아다닐 만한 식당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도전한 BADSHAH 식당. 식당보다는 간단히 먹는 카페에 가까운 식당인지, 메뉴판을 보니 아는 메뉴가 1도 없다.  

그나마 그림이 있어서 시켜본 Papdi Chat. 볶음밥 같은 것으로 상상했으나(^^), 얇은 국수를 바삭하게 튀겨서 새콤한 요거트 반죽을 올리고 위에 과일 고명까지 올린 간식 같았다. 어쨌든 요거트류를 좋아하는 나는 새콤달콤해서 아침으로 맛나게 먹었다. 

그러고는 아주 잠깐 오전의 크라포드 마켓을 구경하다가

버스 타고 하지 알리의 무덤으로 갔다. 이제 슬슬 버스 타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구글맵만 보고 가면 어렵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다가 저녁에 큰코다침) 하지만 적응되지 않는 것은 한낮 뭄바이의 더위...! 1월이 이렇다면 8월은 대체 얼마나 덥단 말이지? 목적지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콜라를 수혈할 수밖에. 



- 하지 알리의 무덤 관리 좀 하시지요...

오늘의 첫 번째 관광지 하지 알리의 무덤 도착. 이슬람 성인 하지 알리가 어쩌다 인도 땅에 묻혀버린 무슬림 성지라고 한다. 작은 섬 전체가 무덤이자 성지인데, 육지와는 방파제로 연결되어 걸어서 통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사실 느낀 점은 ‘멋있다’ 등이 아니라 ‘더럽다..’였다. 뭄바이에서 나름 손꼽히는 성지 겸 관광지니 관리를 좀 할 법도 한데, 방파제 양쪽 바닷물 위로 쓰레기와 기름때가 둥둥... 물 썩은 냄새는 덤이다... 

사람이 많아 절대로 독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

막상 들어가 보니 잘 관리하면 멋있을 만한 건물에다 나름의 상징성도 있는데. 어떤 관광지는 그렇게 쓸고 닦더니. 여기 바닷물은 그 더럽다던 바라나시 강물보다 더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성지는 성지인지 뭄바이에 사는 이슬람교도가 섬 안에 가득했다. 나름의 관광지로 소개되기에 들러보았는데 사실 관광객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여느 인도 관광지가 그렇듯) 그 안에서는 연예인 체험이 가능하다. 가족, 커플, 남, 여 가릴 것 없이 엄청나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데, (때론 다소 귀찮으면서도) 신기한 경험이다. 

작품명 : 동상이몽

나는 찍고 나서 꼭 내 폰으로도 같이 찍자고 하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생동감 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렇게 더러운데 신발을 벗으라 요구한다.

여하튼 무슬림이 아닌 관광객 입장에서 하지 알리의 무덤은 볼 것이 크게 없어서 생각보다 맥 빠지게 구경은 끝났다. 한 시간이나 걸렸으려나. 그것도 포토타임을 빼면 훨씬 빨리 끝났을 것 같다. 

그러자 한 시 반쯤 되었다. 남국의 오후는 1월에도 살벌하게 더웠다.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비싸고 에어컨 있을 것 같은 카페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 한국 카페 뺨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인도는 정말 재미있는 점이 맛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은 300루피고 꽤 깔끔한 식당의 탄두리 치킨 반 마리도 250루피다.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하다지만 인도는 한 50배는 빈부격차가 심한 느낌이다. 커피 한 잔에 300루피쯤 하는 카페에 들어가니 인도라는 기분이 잘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양복 혹은 깔끔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하고 애플 혹은 삼성의 최신 기기를 이용해 무언가 업무에 열중이었다. 


카페 창문을 경계로 밥 한 끼 사 먹을 100루피가 없어서 온종일 갓난 아기를 안고 구걸을 하는 사람도 많으니... 여기는 분명 창밖과는 다른 세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입장이지만 착잡한 부분.  

(나중에는 물가 감각이 생겨서 도저히 사 먹어지지가 않았지만) 도착한 지 이틀째이므로 300루피짜리 (5000원짜리!) 커피도 거침없이 마셨다. 5000원짜리 커피는 우리나라에서도 저렴한 축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커피 가격 못지않은 카페에 앉아서 에어컨을 쐬면서 정신줄을 다잡았다. 카페에는 와이파이도 에어컨 못지않게 빵빵하여 다시 한번 내일 고아로 넘어가는 버스 결제를 시도했다. 


뭄바이발 버스는 수요가 많아 버스 회사, 버스 등급도 무척 다양했다. 내일 오후까지도 뭄바이를 돌아보고 저녁 버스를 타고 고아로 넘어갈 계획이다. 누군가는 뭄바이가 노-잼 도시라 했지만 내게는 이 커다란 도시에서 느껴지는 다양성, 그 자체가 흥미로웠다. 


여튼, 시간대와 좌석이 괜찮은 Inter Bus로 결정하고 계속 결제 시도하는데. Red bus보다 국내 카드가 훨씬 잘 결제된다던 Abhi Bs도 절대 절대 승인이 나지 않았다. 한 10번쯤 실패하고 나자 조금 초조해졌다...?


‘남들은 이걸로 잘 끊고 다닌다는데, 나는 맨날 여행사 가서 사야 하는 것 아니야?’


(결국 저녁에 호텔로 돌아가서 13회 만에 결제에 성공했다. 모든 마스터 카드는 결제 안 났는데, 딱 하나 챙겨온 비자카드 정보를 넣자 결제가 됐다. 여행 나올 때 비자 마스터를 다 받아와야 하는 이유...)


버스 표를 끊어보겠다고 한 4시까지 카페에서 노닥거렸더니 내가 품고 온 더위도, 바깥세상의 더위도 한 물 꺾였다. 



- 도비가트에 들어가려 하지 마시오

드디어 나갈 용기가 생겨서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인 ‘도비가트’로 나섰다. 카페에서 한 30분쯤 걸으면 되는데 가는 길에 또 기운이 빠져서 10루피짜리 짜이를 2잔이나 사 마셨던 기억이다.  

뭄바이의 도비가트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장소로, 나는 그러한 숭고한 노동 현장을 ‘구경하는’ 내가 아주 사랑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동해서 방문해 보았다.  

도비가트는 역사가 140년이 넘어가는 빨래 마을인데, 놀랍게도 이곳 옆으로도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전망대 바로 옆으로 한참 고개를 올려야 꼭대기가 보이는 아파트 (인지 다른 건물일지)가 올라가고 있고, 전망대 아래로는 도비가트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역사와 유래가 쓰인 전망대를 설치해두었다는 건 나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곧장 들었던 생각은 ‘140년 된 빨래터지만, 지금 옆에는 커다란 아파트가 올라가고 앞으로는 기찻길이 지나가는데 언제까지 이 가트가 남아있을지 알 수 없겠다’였다. 다음에 뭄바이에 온다면 볼 수 없을지도. 

도비가트 전망대에서 내려가 마을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 보려 했지만, (예상했다시피) 어딘가에서 1초 만에 호객꾼이 다가와 가이드비 250루피 내라고 하여서 바로 포기했다. 마을 내부의 치안도 별로라고 하고, 누군가의 고된 노동 현장에 싱글벙글 들어가는 것도 별로고, 무엇보다 관광객에게만 받는 ‘가이드비’를 내고 싶지 않았기에 전혀 아쉽진 않았다. 

이거 집까지 간대매

해서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얼른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가야지. 오는 길에 분명 구글맵이 타라는 곳에서 타라는 방향으로 버스를 탔지만... 갑자기 내리라 하여 모두가 내리기도 했다. 다시 어찌어찌 다른 버스에 올라타고 시장 근처로 오긴 했다만. 아침에 ‘뭄바이 버스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한 건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 이번 여행룩을 사버리다

크라포드 마켓은 밤이 되자 더 붐볐다. 역시 더운 나라는 야시장(?)이 발달하는 모양. 아침에 슬쩍 보니 현지인도 이 시장 좌판에서 옷을 많이 사기에 나도 이번 여행에서 입을 옷을 몇 벌 사 볼 계획이다. 혹자는 이 마켓이 관광객은 살 것 없는 현지인 시장이라지만, 장기 여행객이라면 그래서 좋다. 워낙 이것저것 (우리 기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기에 인도 여행에서 입을 옷이나 잠깐 쓸 소모품을 살 만한 곳이다. 이 재미를 누리기 위해 옷을 많이 챙겨오지 않았다! 

작품명 : 45도로 보는 거울

거울도 없는 노점에서 스마트폰 카메라에 옷과 나를 비추어가며. 상인과 ‘어느 게 더 예쁘냐?’ ‘깎아줘’ 따위의 대화를 하며 

쉬폰 스카프 50루피 (700원)

원피스 300루피 (5000원) 

통바지 150루피 (2200원)에 구매했다. 


북인도는 처음 가격을 물으면 놀라서 앞구르기가 나올 만큼 첫 가격을 뻥튀기해서 부르는데, 여기는 옆에 있는 인도 아줌마와 내게 같은 가격을 말해 내심 놀랐다. 


‘아싸! 내일부터 다른 옷 입을 수 있다!’

가죽 벨트 단 돈 1500원



- 여행 유튜브 용기를 전달받다

그리고 호치민에서 뭄바이로 넘어오는 길에 공항에서 만났던 최 씨와 만나, 꽤 깨끗해 보이는 central restaurant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무려 두 명이서 ‘버터 치킨 커리, 비리아니 라이스, 버터 난, 탄두리 치킨 반 마리, 피자 한 판)을 먹었는데, 이렇게 먹고도 800루피(12000원)가 나왔는데, 아까 커피 한 잔에 300루피였으니... 커피값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비쌌는지 와닿았다. 

나는 내일 콜라바 구역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인도 남부로 갈 예정이고, 최 씨는  뭄바이 시내를 구경하고 북쪽으로 간다고 했다. 그의 세계 여행을 응원하며 헤어졌다. 그는 세계여행 유튜브를 찍고 있었는데, 그 열정에 힘입어 나도 이번 여행 영상을 남겨보려 내일 셀카봉을 사기로 다짐했다. 



- 세상에나, 인간의 적응력은 얼마나 무서운가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원치 않던) 양동이 샤워를 이틀째 싸-악했다. 처음에는 양동이로 물을 끼얹는 환경도 더러운 것 같고, 물 온도도 찬물만 나와 걱정했지만. 사람이 정말로 간사한 점이 아주 빨리 또 그 환경에 적응해낸다... 


무려 이틀 만에 이 샤워도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를 다른 시각으로 보며. 그리고 이 집도 그리 더럽지는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날 보며.... ‘사람이란 얼마나 적응을 잘 하는 동물인가’ 순간 흠칫할 정도였다.


숙소에서 ‘비자 카드’로 버스도 예약하고, 향할 고아 안주나 해변에서 가깝고 좋아 보이는 호텔도 예약했고. 의외로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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