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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Apr 15. 2024

안주나 디지털노마드 호소인

안주나 해변이 재미없다면


지킬앤하이드 같은 안주나 해변 
이 모습도 안주나

밤에는 최성수기 대천 해수욕장을 연상케 하지만 낮에는 세상 조용한 바닷가 시골 마을인 척을 한다. 며칠간 안주나에 머무를 계획인데 낮에는 참으로 할 일이 없어 오늘은 밀린 여행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일기를 써 보겠다고 한국에서부터 노트북을 싸 들고 왔기에^^ 꼭 일기를 써야만 한다. 

이 모습도 안주나


우리로 치면 스시-부산 격인 나타-고아

안주나에서 저먼 베이커리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나타 고아’. 예전에 이쪽부터 포르투갈의 침략이 시작되어서 그런가. 나타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이름인데 왜 여기에 이런 이름이...? 세상만사를 다 이해하려 들면 피곤하다. 

여튼 내 최애 간식을 판다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괜히 허세 부린답시고 에스프레소도 시켜서 에그타르트 2개와 함께 먹으며 일기를 썼다. 이곳의 에그타르트가 포르투칼 현지의 그것과 같을 순 없지만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졌다. 뭐든 느린 나는 여행을 출발하기 전 다녀왔던 강릉 여행 일기를 여기서 포스팅했다. 다녀온 지 두 달도 넘어서 쓰는 이 인도 일기도 그렇다.

셀카봉을 획득한 나, 허세 사진을 찍다



인도 서해안 일몰 한번 볼까요!

인도 대륙의 서쪽 해변인 고아는 일몰이 좋을 것 같았다. 일기를 써 보겠다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지만 진도가 마음처럼 빨리 나가진 않는다. 그래! 일몰이나 보러 나가자. 어제 관찰했던 즐비한 해변가 쪽 식당에서 오늘은 드디어 일몰을 구경할 셈이다. 

안주나 해변을 따라서 바 겸한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어차피 관광객만 드나드는 식당으로 음식 수준도 거기서 거기. 인테리어가 끌리는 곳으로 가면 그게 정답이다. 한국에서도 딱딱한 의자가 있는 인스타 감성 카페보다는 푹신한 소파가 있는 덜 멋진 카페를 선호하는 나. 그저 의자가 편해 보이는 식당이 끌려 그곳을 택했다.  

가끔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환상적인 경험이 된다. 우연히 선택한 Aura 카페는 바다를 바라보며 반쯤 누울 수 있는 좌석과 그 위를 야무지게 가려주는 개별 파라솔이 좋았다. 조금 과정 보태서 고급 리조트의 시설 못지않다고 할까. 후에 들른 남쪽 해변 팔롤렘의 식당 시설과 비교하면 안주나는 확실히 시설은 고급이 맞다. 

여기서 레몬 소다를 마시며 해가 분홍색으로 떨어지는 바다를 봤다. 바람도 분위기도 노래도 직원들의 느낌도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때 먹은 레몬 소다가 이후 3일을 앓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인도에 간다면 잊지 말자. “얼음 절대 금지!” 어찌 되었든, 그 순간만큼은 고아 아니 인도에 와서 가장 흡족했던 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안주나 해변의 레스토랑들은 해가 떨어짐과 동시에 분위기를 전환한다. 낮의 해변이 가족적이고 한적한 분위기라면 밤의 안주나는 파티 분위기 그 자체. 레스토랑마다 경쟁하듯 커다란 트랜스 음악을 틀기 시작하며 외국인과 내국인이 뒤섞인 댄스 타임이 펼쳐지는데. 술도 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흥 많은 사람이라면 좋아할지도.

대천 바이브 그 자체



나만의 안주나 백반집

어쨌든 해가 완전히 진 후 얼굴을 전환하기 시작한 레스토랑들을 뒤로한 채, 오늘도 두 블록쯤 뒤의 해산물 탈리 집으로 향했다. 어제 새우구이를 주는 탈리 (백반)이 대단히 흡족했기에 오늘도 같은 메뉴를 먹으려 한다. 으이구, 계획대로 된다면 여행이 아니지! 해가 지고 나서 한참 뒤에야 식당에 갔더니 새우가 품절이라고 한다. 슬퍼하는 내게 주인 할머니가 ‘킹피시도 괜찮아~’하며 위로를 건넨다. 

‘물고기가 통째로 풍덩 들어간 커리라면 좀 싫은데...’


고민하는 내 표정을 읽은 할머니가 1초 만에 대꾸하기를, 

‘생선 뼈도, 생선 대가리도 없어! 어제랑 같은 양념 발라서 구운 거야!’

역시 장사 짬빠! 외국인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할머니는 대번에 알아챈 것이다! 할머니의 호언장담에 반신반의하며 킹피시 탈리를 주문했다. 

짭짤한 양념을 묻혀 구운 흰살생선 필렛은 쌀밥과 잘 어울렸고, 조개 볶음 등 나머지 반찬도 야무졌다. 우리의 찌개 격인 탈리 쟁반 속 커리 국(?)은 여전히 입에 맞지 않았지만 외국인에게 청국장이 이런 느낌일까 싶어 잠자코 몇 숟갈 떠먹는 척을 했다. 


이렇게 먹을 땐 괜찮았는데. 숙소로 돌아오자 소화가 안되는 기분이 든다? 너무 많이 먹었나 반성하며 소화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소화 불량이 식중독으로 가는 열차의 서막이었음을... 이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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