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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Apr 16. 2024

안주나에서 팔롤렘으로. 고아 해변 대 이동의 날

그런데 물갈이가 시작된

북 고아 중반쯤인 안주나에서 남 고아 끝의 팔롤렘까지 이동하려면 안주나-맙사-파나지-마르가오-팔롤렘’ 각각의 도시에서 환승을 하여 총 버스를 네 번 갈아타야 합니다. 

거리상 단 90km가 온종일 걸리는 마법! 고아의 해변 도시를 이동하려 한다면 참고하면 좋을 루트입니다.



안주나 비치...? 지금은 영~

고아에서 가장 번화했다(?)던 안주나 해변은 요즘은 다소 그 색채가 변해 있었다. 해변에서 푹 퍼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영 서식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짐을 쌌다. 


오늘은 애매했던 북고아 안주나 해변을 떠나 남쪽 고아로 이동하는 날. 고아는 맙사 (Mapsa)를 중심으로 북쪽 해변/남쪽 해변쯤으로 나누는 듯한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수단 따윈 없다. 어디로 가던지 살짝 내륙의 큰 도시를 들러 원하는 해변행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형태. 



90km를 하루 종일 이동하기

그래서 안주나에서 팔로렘으로 가려면 무려 ‘안주나-맙사-파나지-마르가온-팔롤렘’이라는 대-이동을 해내야 한다. 글로는 한 줄이지만 실제로 꼬박 하루가 다 걸리는 여정! 정확히 어디서 타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 가며 총 90km를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전날 숙소 사장에게 루트를 물어봤더니 “너무 복잡하다 택시 불러줄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저는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걸요!



안주나 해변에서 맙사

우선 해변가 숙소에서 맙사 행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는 것부터 고민이 됐다. 

‘하 또 걸어야 하나...ㅜㅜ’

숙소 직원들과 살갑게 지내는 건 언제나 여행에 도움이 된다. 슬쩍 물어봤더니 며칠간 안면을 튼 직원이 자기 오토바이로 태워주겠다고. 야호! 

직원-나-배낭이 전부 그의 가느다란 스쿠터에 올라타지긴 했다. 오토바이를 타니 얼마나 금방이던지. 첫날 이 짐을 둘러메고 모래사장을 따라 걸은 시간이 야속했다. 낙타도 아니고... 


안주나에서 맙사로 나가는 로컬 버스가 지나가는 사거리 언저리에 숙소 직원이 나를 내려주고 떠났다. 버스는 15분에 한 대씩 온다던 그의 말처럼 버스가 금방 오더라. 


“맙사? 마푸사?” 둘 중에 하나는 맞겠지...? 여러 번 외쳤더니 그래 이 버스가 맞다고 얼른 올라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부터 30분 이동, 요금은 20루피. 



맙사에서 빠나지

맙사 정류장에 버스가 닿으면 내려서, 다음 목적지인 ‘빠나지’ 행 버스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 역시 그리 어렵지는 않다. 많은 버스 기사와 조수(?)들이 각자의 행선지를 목이 터져라 외쳐대기에 열린 마음과 귀로 빠나지(파나지)라는 소리만 따라가면 된다. 

생각보다 쉽게 빠나지 행도 탑승 완료. 맙사에서 빠나지는 40분 정도 이동했고, 30루피를 냈다. 



빠나지 경유 여행

빠나지에서는 바로 다음 버스로 갈아타는 게 아니라 잠시 그 도시를 구경하려 했다. 빠나지가 옛 고아의 중심이었기에 성당이나 오래된 건물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하더라고. 


이날 아침부터 슬금슬금 물갈이가 시작된 터라 이 모든 짐을 둘러메고 나가기는 대단히 막막했다. 

‘구경 포기해?^^ 안돼 인생에 다시 파나지 올 날은 없어...ㅠ’

그때 발견한 짐 보관 가게. 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이 먼 인도 땅까지 와서 알록달록한 파나지를 한 번 구경해보겠다는 여행자를 파나지 성당의 성모 마리아님이 보살펴 주신걸까! 

터미널을 수소문하다 짐 맡아주는 가게를 찾았다. 표 파는 직원도 모르던 Clock room이^^ 파나지 터미널에 있긴 있었다. 가방당 보관료는 50루피 (800원)였는데, 100루피로 여행자의 이 모든 근심을 맡아준다니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관광 안내소 왜 닫겨있는지...?

가벼운 손가방만 들고 빠나지 시내로 향했다. 이제 기동력(?)이 생겼기 때문에 물갈이에도 한 층 더 가뿐히 대처할 수 있을 터. 자신감이 생긴다. 

빠나지 버스 터미널에서 관광 중심지인  Immaculate Conception Church 성당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 

열심히 걸어갔지만 성당은 일주일에 딱 하루 닫는 날이었다.

열심히 촬영 중인 나를 보고 놀라는 현지인

역시 마리아님이 두 번은 도와주시지 않는 것 같다. 그리하여 내부를 둘러볼 순 없었지만, 1600년대에 지어졌다는 Immaculate Conception Church성당은 외부에서 올려다만 봐도 그 위엄이 느껴졌다. 

하얀 성당을 구경하고는 도보 5분 거리의 포르투갈풍 거리 올드쿼터로 향했다. 

포르투갈의 상징과 같은 수탉(?)이 버젓이 자리 잡은 거리. 식민시대를 겪은 한국인으로서 대체 고아 사람들은 식민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궁금했다. 

오늘날까지도 핑크, 노랑, 파랑, 초록이 뚜렷이 자기 주장을 펼치는 올트다운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로 구분되어 있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거주자와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고픈 관광객의 사이에서 그들의 규칙을 존중하기로 했다. 사실은 설사로 인하여 기운이 없었던지도... 



화장실 인심은 박한 파나지

인도에서 식중독에 걸리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참한 순간이 찾아온다. 커피 마신 카페에서도 화장실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할 때의 당혹감. 그런데 내 장은 이미 폭발하고 있다면? 눈 앞이 헤롱거리자 염치도 옅어진다. 은행이 보인다. 


‘그래 은행에는 화장실이 있겠지?’

“캔 아이 유즈 토일렛......?”

잠시 망설이던 직원이 직원용 화장실을 쓰게 해 줬다. 그래, 나의 “진짜” 눈빛을 보고 외면하는 건 인류애 상실이지...! 



파나지에서 마르가오

짐 보관소와 은행의 도움으로 간신히 파나지 구경을 마쳤다. 다시 파나지 버스 터미널에서 마르가온까지 버스를 타야 한다. 이전까지 대충 버스에 올라 차장에게 돈을 내던 시스템과 달리, 파나지는 꽤 큰 도시라 표를 사는 곳이 따로 있었다. 

마르가온행 티켓을 파는 부스에서 표를 산 뒤 지정된 버스에 올랐다. 빠나지에서 마르가온까지는 1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45루피였다.

파나지에서 너무 신나게 걸은 탓일까. 이즈음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흔들리는 버스에 올라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머리를 앞 좌석에 박고 빨리 시간이 흐르길 기도하는 것뿐. 



마르가온에서 팔롤렘

영겁같은 한 시간 이동이 끝나고 마지막 경유지인 마르가온 버스 터미널에 당도했다. 

오늘의 마지막 버스인 팔롤렘 행 버스를 찾았으나 그건 그리 또 자주 없는지 5:35분까지 기다리라는 말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터미널 내 의자에 앉아 게토레이를 홀짝이며 버텼다. (인도에도 게토레이 많이 팔더라...) 마르가온에서 팔롤렘까지도 꽤 멀어서 1시간이 걸렸고 50루피를 냈다. 

마지막에는 체력이 너무나 떨어지고 배탈도 심각해져 그 한 시간이 진심으로 끝나지 않는 고행같이 느껴졌다.

부러운 베이비

그럼에도 시간은 가고 버스는 팔롤렘 시내에 도착.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니 버스가 봐 둔 숙소 앞을 스쳐 가기에, 누구보다 크게 내린다고 외쳐서 깜찍하게도 숙소 앞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설사 마려운 가운데 짐을 둘러메고 걷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이것은 가짜 웃음입니다

하... 11시 출발 7시 도착, 버스 4번 환승

하지만 150루피 (2200원)밖에 들지 않는 

90km짜리 진정한 로컬 이동을 

물갈이하는 가운데 해버렸더니

진이 쪼옥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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