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비스코티
얼마 전 차량 접촉 사고가 있었다.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천만다행이지만 나는 마치 나 때문에 찌그러지고 흠집이 난 상대방 차 문짝처럼 내 마음 한구석 또한 움푹 들어가고 금이 간 기분이다. 더군다나 뒤에 두루가 타고 있어서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남편은 날아간 번호판을 다시 붙이고 부딪힌 자국을 걸레로 쓱쓱 닦고는 이러면서 운전 실력이 느는 거라고, 사람이 안 다쳤으니 된 거라 말했다. 몇 번이고 괜찮다는데도 아무 대꾸 없이 입을 삐죽 내밀고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마디 툭 뱉었다.
‘이겨내야지’
사고 이후로 운전을 앞둔 시간이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만사에 예민해진다. 안 그래도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인데 매일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하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결국 참다못해 운전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로 느껴진다고 말했더니, 평소에는 말이 없던 남편이 이렇게 말하면 자기도 속상하겠지만이라는 말로 운을 띄우면서 내 멘탈이 약해진 것 같다는 뜻밖에 말을 했다. 결혼 전에는 내가 선택한 일을 힘들어도 씩씩하게 즐기며 해낸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내가 또 삐죽거리며 아무 말이 없자 한마디를 더 붙였다.
‘이겨내야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콕 집어서 멘탈이라는 단어를 들먹거리며 자꾸 이겨내라고 하니 별로 없던 자존심까지 상하면서 눈물이 왈칵 터졌다. 게다가 울먹이며 한 내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그건 내 일(직업)이었지만 이건 엄마로서의 어려움이라고, 당신은 밖에 나가서 일하지만 나는 매일 아이와 붙어 있지 않냐며, 나의 행동이 두루의 안위와 연결되어 있으니 이런 상황이 내게는 너무나 버겁다고 말하며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런데,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기보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스스로를 깎아내렸다는 생각에 화까지 났다.
그냥 한 번 시원하게 우리가 돈이 너무 없어서 이사를 못 할 것 같아 열받는다고 말하면 될 것을.
올해 이사를 계획하며 결혼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지금 사는 곳 근처 동네로 두루의 유치원을 지원했다. 차로 왔다 갔다 몇 달만 고생하면 괜찮은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알아볼수록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집들 뿐이었다. 다들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돈이 어디서 나는지 궁금했고, 친구들이 대출도 재산이라고 했던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궁궐 같은 집에 살고 싶다는 것도 아닌데.
지금 나는 이사만 하면 다 좋아질 것 같지만 그러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것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 또한 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남편이 자꾸만 그렇게 말했나...
그래, 이겨내야지.
그렇지만 이사는 정말 가고 싶다.
우울할 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누가 만들어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