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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May 05. 2024

한결같은 우울은 위로가 된다

이번 파도도 잘 넘기길 바라며


만 나이가 도입된 지 한참이지만, 나이를 소개할 때면 늘 머뭇댄다. 어떻게든 살아온 시간을 깎아보려는 것 같아서 뭔가 찜찜하다. 그렇다고 지금 나이도 쿨하게 인정하진 못하는, 찌질한 내가 됐다.


자신감이 차올라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그냥 이렇게 버티며 사는 거구나. 나는 바뀌질 않는구나.’ 푸념하며 고개 떨구기를 반복했다. 무언가 잃지 않으려 붙잡는 힘이 점점 줄어든다. 체력, 여유, 활기 같은 단어가 너무 아득히 느껴진다. 나 분명 매 순간의 최선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잊혀지는 기억 탓에 이마저도 스스로에게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에게 인정받기 위해 써온 회고록이 벌써 7년 남짓 되어간다.


사는 게 지칠 때마다 일기를 쓴다. 입도 손도 무거워 토해낼 여력도 없을 땐 고요히 일기를 읽는다. 그러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20살의 나나 지금의 나나 다른 게 없더라고. 바로 어제 쓴 일기마냥 감정의 굴곡이 한결같다. 이는 종종 찾아오는 우울과 무력감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늘 이겨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괜찮다. 늘 그래왔듯, 이번 파도도 잘 넘길 테니까.


2024.01.04.목 10: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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