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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Oct 14. 2021

스노우볼이 있었으면 해

내 모든 감정은 소중하니까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신날 땐 들썩들썩 몸이 먼저 떠오르고, 울적할 땐 한없이 둥글게 말아 웅크리곤 한다. 화가 날 땐 속 깊은 어디선가 발열이 시작되며 힘이 바짝 들어가는데, 목구멍에 박힌 알사탕은 덤이다. 슬플 땐 왠지 으슬으슬한 기운에 더 초라해진다. 감정의 폭이 좁은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닮고 싶은 마음조차 공감해보고픈 의욕과 호기심으로 커져버려서 공감 실패다. 나는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류의 사람이 분명하다.​


 이런 내 모습이 싫은 건 아니다. 어떠한 감정이든 쉽게 느끼고 깊게 빠지는 편이라 우물 안에서도 많은 세상을 본다. 다양한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생각한다. 순간의 기분을 한걸음 뒤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관찰해보는 것도 재밌다. 혼자 사색에 잠길 적이 많아서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한껏 부푼 나를 잡아내려 줄 ‘우리’가 있었으면 한다. 가축 따위를 잡아두는 경계선, 억압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다. 가둬둔다기보단 보호막의 의미랄까. 너무 멀리 가버리면 돌아오지 못할까 봐, 가진 것이 점점 사라질까 봐 보호 차원에서 둘러싸는 경계 막 말이다.​


 공기를 가득 마셔 두둥실 떠오른 풍선을 보고 우리는 자유로움을 떠올린다. 에이, 풍선 입장도 들어봐야지. 항상 떠오르는 게 일상이라 가끔 땅으로 내려오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을까. 계속 위로 올라가다 보면 터져버리잖아. 한껏 부풀어 올라간 만큼 한순간 터졌을 때의 기분은 너무 허무하겠다. 그렇다고 항상 내 감정의 풍선 끈을 양손으로 꽉 쥐고 있기엔 손이 아플 거다. 내 감정들은 종류가 너무 다양하니까. 또 너무 가볍게 떠오르니까.

 스노우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날 땐 마구 잡고 흔들어 세상을 엎었다 뒤집었다 기울였다 하다가 가만히 내려놓으면 얌전히 가라앉는. 사소한 자극에도 슬픔도, 짜증도, 우울도, 행복도 주체할 수 없이 흩날리지만 가라앉히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어떠한 감정이든 소중한 조각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다시 내려앉게 잡아주는. 동그란 세상 속 어떤 벽에 부딪혀도 상처 나지 않고 아프지 않은. 반짝이는 감정이 모여사는 스노우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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