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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Jan 13. 2022

아이처럼 살고 싶다

대가 없이 사랑을 줄줄 아는

거절을 못해 그만두지 못하고 출근하는 곳이 있다.

9 꼬마들을 데리고 교구로 수업하는 수학 학원인데 유독 이해력이  좋고 산수 능력이 낮은 아이가 새로 들어왔다. ‘이럼  되는데생각하면서도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똑같은 질문에 답답함을 숨기지 못하고 짜증  적이 많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친절히 대해 보지만 3+9 12라는 것을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퇴근하는데 가는 길이 겹쳐서 함께 걸었다.

“선생님은 어디 가요? 어디 살아요?”

“선생님은 집에 가지. 난 우리 집에 살아.”

“우리 집 어디요? 저는 학원 가요! 근데 저랑 옷 색깔 똑같아요.”

나란히 분홍색 패딩을 입은 게 꽤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 보였다.

“그러게. 우리 둘 다 핑크 옷이네. 기분이 어때?”

“좋아요! 우리 커플 옷 같아요!”

초승달처럼 접힌 눈이 마스크에 가려질랑말랑 했다.

귀여웠다. 수업 때 화내지 말아야지.


어제도 실패했다.

2x1도 2고 9x1도 9인데 10x1은 왜 1이 되는 걸까.

  없는 논리의 딜레마에 빠져 수업 내내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수업이 끝나고 해맑게 인사하는 꼬마에게 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그때  학원에 간다고 하길래 같이 나가자고 했다.


“선생님 잠시만요! 저 엄마한테 전화 좀 하고요.”

스피커폰도 아닌데 쩌렁쩌렁 들리는 통화음 덕에 의도치 않게 엿들었다.

“엄마! 나 학원 끝났어!”

“그랬어~? 이제 다른 학원 가는 중이야?”

“어! 근데 나 선생님이랑 같이 손잡고 가고 있어!”

제삼자처럼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개입당해버렸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아휴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 데려다주셔도 되는데 감사해요.”

“아니에요. 어차피 가는 길이라서요.”

꼬마는 짧은 통화에서  번이나 엄마한테 나와 손잡고 걸어가는 것을 강조했다. 머쓱해져서 돌아본 옆에는 마스크 위로 그때  눈짓을 보이고 있었다.


“선생님이랑 걸어가니까 좋아?”

“네!”

“손 잡고 가는 것도 좋아?”

“네! 선생님 꼭 엄마 같아요!”

“우와 00이 엄마 또 생겼네. 선생님이 둘째 엄마 할게.”

되도 않는 농담으로 9살처럼 받아치며 걸어갔다.


학원 앞에 도착한 꼬마를 보내려는데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들떠있었다.

“선생님! 다음에도 또 같이 와요!”

“그래그래. 다음에도 데려다줄게. 공부 열심히 해!”

멀어지려던 나의 두터운 외투 위로 폭신한 패딩이 덮였다. 아직  자란 짧은 팔로 나를 감싸 안지도 못한 작은 손길. 꼬마의 포옹에  마음은 따스해졌다.

“다음 주에 학원에서 보자! 00이 안녕!”

손을 흔들던  눈도 초승달처럼 잔뜩 휘었을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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