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식은 줄 알았다.
쩝쩝거리며 밥을 먹는 것도 한량같이 늘어져 핸드폰을 보는 것도
입 벌리고 자는 것도 늦은 퇴근으로 저녁상을 두 번씩 차리게 하는 것도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하는 것도
왕발가락 체취, 죄다 싫었다.
그런 마음을 고스란히 나의 몸과 말로 드러냈다.
그의 사랑을 하찮게 여겼고 식어버린 마음을 확신했다.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아가야 하나.
남편흉 안보는 사람이 없던데 다들 나처럼 뒤숭숭한 속내가 있을 거라 위안 삼았다.
'다들' 안에 나를 포함시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 덮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은 뚝 떨어진 줄 알았던 '딴 세상' 일이 벌어졌다.
세상에서 남편이 없어졌다.
당연하게 늘 그렇게 있던 내 사람이 없어져 버렸다.
이건 아닌데. 아니라고 울부짖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복에 겨운 년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다.
사랑을 망각했다.
내 삶에 폭풍이 몰아쳤지만
세상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히 흘러간다.
멍하니 걷다가 눈물이 쏟아진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
뒤늦은 깨달음.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고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는
어리석음.
딸아이의 발을 쓰다듬는다.
아빠 닮은 발가락에
그리움이 터져 나온다.
그의 베개에 얼굴을 비빈다.
베개에 벤 그의 향기가 점점 사라져 간다.
쓰라린 마음에 베개를 끌어안는다.
쩝쩝거리며 밥을 먹던 그 식탁도
늘어져 누워있던 그 소파도
입 벌리고 자던 그 침대도
모든 게 그대로인데
허전함이 가득하다.
소소했던 세 식구의 시간들로
머릿속을 채워본다.
미치도록 그리운 시간들.
다시 못 올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