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뜬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뜬다.
꿈이었으면.
지독한 악몽이길 바랐지만
이것은 현실.
허무함이 차오른다.
오열하면 할수록 더 가득해진다.
되돌 릴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간곡하게 빌어도
진정으로 후회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을 비틀어 끄집어내고 싶었다.
벌어진 일을 잘라내 버리고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붙여내고 싶었다.
언젠가는
시간 속에서 사라 질 존재들이지만
이렇게 엉뚱할 수가.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는 거였다.
벌써 일어난 일을
사실로 여겨야 했다.
시시때때로 번민에 휘감겨야 하고
한순간에 교체된 삶을 인내해야 한다.
허무를 곁에 두는 삶에 친숙해져야 한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죽음.
세상은
그렇게 느닷없이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던져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