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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n 27. 2023

홀연


눈을 감았다 뜬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뜬다.

꿈이었으면.

지독한 악몽이길 바랐지만

이것은 현실.


허무함이 차오른다.

오열하면 할수록 더 가득해진다.

되돌 릴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간곡하게 빌어도

진정으로 후회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을 비틀어 끄집어내고 싶었다.

벌어진 일을 잘라내 버리고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붙여내고 싶었다.


언젠가는

시간 속에서 사라 질 존재들이지만

이렇게 엉뚱할 수가.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는 거였다.

벌써 일어난 일을

사실로 여겨야 했다.


시시때때로 번민에 휘감겨야 하고

한순간에 교체된 삶을 인내해야 한다.

허무를 곁에 두는 삶에 친숙해져야 한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죽음.



세상은

그렇게 느닷없이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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