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Jun 27. 2023

홀연


눈을 감았다 뜬다.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뜬다.

꿈이었으면.

지독한 악몽이길 바랐지만

이것은 현실.


허무함이 차오른다.

오열하면 할수록 더 가득해진다.

되돌 릴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간곡하게 빌어도

진정으로 후회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을 비틀어 끄집어내고 싶었다.

벌어진 일을 잘라내 버리고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붙여내고 싶었다.


언젠가는

시간 속에서 사라 질 존재들이지만

이렇게 엉뚱할 수가.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는 거였다.

벌써 일어난 일을

사실로 여겨야 했다.


시시때때로 번민에 휘감겨야 하고

한순간에 교체된 삶을 인내해야 한다.

허무를 곁에 두는 삶에 친숙해져야 한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죽음.



세상은

그렇게 느닷없이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던져 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