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라곰으로 한국 소비문화에서 살아남기
스웨덴은 한국만큼 소비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한국만큼 쇼핑이 편리하지도 않을뿐더러 전반적으로 물건들에 대한 소비욕구가 덜하다.
남편이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한국의 장비 문화(?)였다.
남편이 작년 봄부터 새로운 취미로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얼마나 화려하고 고가의 자전거, 용품들을 봤는지 집에 돌아와서 얘기를 한다.
등산하러 북한산에 가면 에베레스트급의 풀장착 장비들을 볼 수 있고, 캠핑은 가히 장비의 끝판왕이다. 모든 건 장비빨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도 않다.
이런 소비문화는 스웨덴의 라곰(Lagom)을 철저히 배반하는 행동들이다. 절제된 소비를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능주의와 검소함을 큰 미덕으로 여긴다.
스웨덴 사회에 이런 미덕이 큰 밑바탕이 되어 있어서인지, 그래서 같은 돈이 생겨도 물건을 사는데 소비하기보다 휴식, 휴가에 돈을 더 쓰는 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건을 사는데서 얻는 행복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라고 한국의 소비문화에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각종 이벤트, 최대 50% 세일, 사은행사 등의 문자와 카톡이 온다. 현혹되어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둘러보다가 번뜩 정신이 들어 인터넷 쇼핑을 닫는다.
열렬히 우리의 소비를 부추기는 한국에서 스웨덴 라곰식 절제된 소비를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 아침 마켓 컬리에서 장을 보고 비었던 냉장고를 간간히 채우며, 라곰 소비를 실천한 나를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