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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Feb 01. 2021

한국-스웨덴 부부가 헬조선에 살아도 행복한 이유

우리 부부는 2016년부터 2년 간 네덜란드에서 살았다. 남편(그때 당시 남자친구)이 서울에서 대학원 졸업을 준비할 무렵, 좋은 기회로 네덜란드 헤이그로 취업이 됐기 때문이다.


나 또한 서울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에 당장에 직장을 때려치고 이 남자를 따라네덜란드에 가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예전부터 우리 둘다 서로 일하고 싶었던 곳에 일하게 되어 별다른 이견 없이 우린 자연스레 장거리커플이 됐다. 


6개월 장거리 연애 후, 난 헬조선 탈출을 택했고 그때부터 우리의 네덜란드 생활이 시작됐다. (학교 교과서에서만 보던 헤이그특사파견, 그 헤이그 도시에서 내가 살게 될 줄이야)


네덜란드는 우리 커플을 부부로 진화(?)시켜 줬고, 셀수 없이 많은 소중한 추억들을 선사했다.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네덜란드 곳곳의 운하 주변은 언제 걸어도 기분이 좋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같이 어울릴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는 거다. 다행히도 남편은 또래의 친한 직장 동료들을 많이 사귀었지만, 우리 부부가 다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사교적인 사람들이다 보니 마음 한켠이 때로 헛헛했다. 


휴일이면 남편과 같이 자전거 타고 바다에 가서 비치테니스도 치고, 수영도 하고 둘이서 노는데 전혀 불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주말이면 헤이그 Scheveningen 해변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 서핑보드 들고 신난 이 남자의 발걸음


다시 헬조선으로 복귀한 나는 남편과 함께 정말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 또 함께 추억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말이면 친구 부부와 만나 이런저런 유치한 농담부터 시작해서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며 시간 가는줄 모른다. 스트레스를 마음 껏 풀고 주말을 보내면, 자연스레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금까지 네덜란드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 멋진 테라스가 있던 우리집, 아름다운 헤이그의 해변 등 누릴 수 있는게 많았을 거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걸 후회해본 적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며 기쁨을 나누는 건 바로 현재 이곳 헬조선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읽은 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혈압, 콜레스테롤 등과 같은 객관적인 건강수치가 아닌 내 주변의 인간관계라는 것.


우리와 함께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에 지금 이곳에서 행복할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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