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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seohyeon Aug 18. 2023

월요일 오전 열 시를 주의할 것

[다짐일기]


 "지금부터 돈 안 쓴다!"


 어김없이 콧방귀를 불러오는 나의 주 다짐 1순위. 쇼.핑.금.지


 "또 뭐 샀어?"

 "그건 또 언제 샀어?"


 친구들과 만날 때면 주로 듣는 질문일 만큼, 나는 늘 무언가 사고 있다. 당연히 꽤나 억울할 때도 많다. 말 그대로 매일 사는 건 아니니까. (매일 살 수 있는 재력이 있었다면 그랬으려나...) 억울한 건 억울한 대로 넘어가는 타입은 아닌 지라 굳이 변명을 하곤 한다.


 "이거, 삼 년 전에 산 건데?"

 "오~ 완전 뿌듯한 얼굴."


 쇼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해한다는 건, 나 역시 쇼핑을 자주 하는 게 부끄럽다는 반증인 걸까? (설마, 몇 번 입지 않은 탓에 새 옷처럼 보인 것에 흡족해 한 건 아니겠지. 가끔은 나도 날 모르겠다. 하하) 솔직히 말하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 이긴 하다. 나는 무언가를 자주 사지만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쇼핑에 있어서 지독하게 모순적인 인간이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쇼핑욕구에 휩싸이곤 한다.

 '아! 그걸 사야겠어!'

 갑자기 셔츠가 필요하다거나, 신발을 사야겠다던가. 그 책을 꼭 읽어야겠다거나 침대 커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던가. 정확하게 따지면 필요하다기보다는 갖고 싶어지는 거겠지만. 그럴 때면 머릿속에 이성이 날아가 버린 것 같다. 이번 달 카드값이라던가, 이미 충분히 있다거나. 한 마디로 충동 그 자체다. 얼마 전 심리 테스트에서 소액결제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나오던데... 그렇게 미래의 나는 어김없이 어제의 나를 후회하곤 한다. 그래도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셀프 위안을 하면서.


 쇼핑을 하는 이유가 허황을 채운다거나 공허함을 채우려는 손쉬운 방법이라는 말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다들 그렇진 않겠지만, 따지고 보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변하고 싶지만 당장의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 같기도 하다. 안타깝긴 하지만 자그마한 위안이 꼭 나쁜 것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는 자그마한 위안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법이니까. 그 자그마한 위안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거겠지만(며칠 전에는 피티쌤께 운태기를 운운하며, 운동복을 사야겠다고 말했다가 운동복 좀 그만 사라는 핀잔 아닌 핀잔를 듣고 말았다는..)


 지난 몇 달 동안, 정말이지 할 수 있는 쇼핑은 다 한 것 같다. 조금 힘든 날들을 보냈고, 어쩐지 그 순간들을 모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산 것 같다. 그렇게 내 방 안 풍경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고, 옷장에도 새 옷이 많아졌다. 아, 이제는 진짜 곤란할 것 같다. 통장을 생각해서도,  지구를 생각해서도. 위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구 파괴자가 되고 있다니.


 얼마 전, 네이버 쇼핑 분석을 살펴보니, 나는 월요일 오전 10시에 가장 많은 쇼핑을 한다. 한 주가 시작되면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걸까. 가끔은 이렇게 쇼핑을 하는 이유는 나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쉬워진 결제 방법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편 비밀번호 여섯 자리, 문 앞으로 배달되는 세상이 모두를 쇼핑 중독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하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남 탓으로 여기는 건 곤란하겠지만, 가끔은 내 탓을 안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 하는 미국 영화 심리 상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사처럼 말이다.


 이젠 정말 쇼핑을 줄여보려고 한다. 어김없이 하는 다짐을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월요일 아침이 되면, 똑같은 일주일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되새기다 보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일단은 월요일 아침을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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