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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seohyeon Aug 23. 2023

벌금형 인간인가요?

[다짐일기] 


 요즘 나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챌린지 걸'이다(엄밀히 따져 '걸'은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어떤 다짐을 할 때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어김없이 "도전? 안 하면 얼마?"를 외치기 때문이다.


 첫 시작은 요가였다. 

 바쁜 생활로 인해, 운동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었고, 몸이 아작 나는 것을 느끼면서도 피로에 잠을 택하곤 했다. 더는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결심 아래, 친구와 일주일에 세 번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로 했고, 한 달 전에는. 모아둔 벌금으로 여행까지 다녀왔다. 하하. 중요한 건 이 벌금 중 대부분이 친구가 낸 벌금이라는 것. 만 원이든 십만 원이든, 절대 벌금은 낼 수 없다는 인간이 바로 나였다. 큰 금액도 아니었고, 단순히 돈을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모아 함께 쓰니까 크게 억울해할 것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벌금은 벌금이다. 벌금이란 단어 자체가 일단 싫다고. 


 요가 이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운동 챌린지를 했고(이 부분은 피티를 등록하면서 어렵지 않게 해결!), 

 영어 성적이 필요한 탓에 영어 챌린지, 

 직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나태해진 덕분에 글쓰기 벌금까지 시작했다. 매일 쓴 분량을 친구에게 아침마다 보내주는 것. 사실 어떻게든 마감은 지키는 편이라, 마감의 힘을 믿는다며 종종 미루곤 했는데, 챌린지를 시작한 후엔 바쁘든 피곤하든 약속이 있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그랬던가. 습관이 되기 위해선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나름 흡족한 결과이긴 한데 '벌금은 절대 낼 수 없지!' 하면서 기어코 하는 모습에 가끔은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하루가 챌린지만 하다 끝나는 기분이다. 나름 루틴이 생기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 헷갈리는 탓에 어딘가 쫓기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한 일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심지어 이번 달부턴 새로운 언어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기에 나의 새로운 다짐은 '더는 챌린지를 하지 않는다!'였는데... 

 나의 챌린지 파트너는 또다시 새로운 챌린지를 제안했다. 내가 챌린지 중독인 건지. 친구가 중독인 건지 모르겠다. 의지 약한 두 인간의 결합인 걸까. 

 "물 2리터 마시기 도전?" 

 "놉!" 

 일단 나는 거부했다. 

 보나 마나 실패할 도전이었다. 한때는 물을 잘 마실 때도 있었는데, 커피만 하루 네다섯 잔씩 마시고 있는 요즘. 물은 하루에 한두 잔 마실까 말 까다. 피티를 받을 때만 쉴 새 없이 마시고 있는 정도랄까. 

 몇 시간쯤 지나서야 나는 "도전!"을 외쳤다. 

 성공할 법한 도전만 한다면 진짜 도전이 아니지. 무엇보다 물 마시기는 중요하니까. 운동을 해도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컨디션이 계속 떨어져 있는 상태에 물을 안 마시는 것 역시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 벌금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번 해보자 싶었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통에 오늘 날짜를 쓰면서, 아,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가 후회 하긴 했지만. 

 도전 첫날부터 실패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커피 대신 물을 마시고 있으니, 오후가 된 지금 1리터는 넘게 마셨다. 

 지금쯤이면 커피를 세 잔은 마셨을 시간인데, 커피 역시 한 잔밖에 안 마셨다! (와우!) 

 일단 출발이 나쁘지 않긴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더는 벌금 챌린지를 하지 않는다!" 


 벌금형 인간을 탈피해서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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