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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seohyeon Aug 28. 2023

좋아하는 것 말하기

[다짐일기]


 가끔 궁금하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도, 자신과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찾아내는 것도 너무도 쉬워진 시대에, 다른 이들은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있을까.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혹여나 내 취향이 별로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겁내진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 혹은 비난을 받아도 내게 감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조금은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 

 딱히 내 취향을 숨길 마음이 있는 건 아닌데, 굳이 말을 안 하게 된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가끔 오해를 받곤 한다. 그저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던 일이 내 취향이 되어 있기도 하고, 전혀 관심 없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되어 있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의 오해는 필연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런 일들이 피곤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뒷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또 다짐했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기꺼이 드러내겠다고. 


 얼마 전, 출판사 인스타의 한 광고를 보고 소설책을 구입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소설가가 되었다는 게 가끔 신기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냐고, 왜 소설가가 되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멍해지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인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는 있다. 소설이 좋아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 계기는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소설만큼 좋아한 것이 없었으니까. 소설을 쓰게 되고 우열곡절을 겪으면서 그 마음 역시 잊어버리고 살았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정신없이 보낸 상반기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읽어야 할 책만 겨우 읽는 수준이랄까. 당연히 소설은 뒷전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구입한 소설책을 읽으면서 소설을 좋아하는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좋다. 소설이 너무 좋아. 하는 그 마음. 문장이 어떤지 구조가 어떤지 캐릭터가 어떤지 어떤 메시지인지를 다 떠나서 그 소설과 사랑에 빠진 느낌이었다. 아, 이거였지. 이래서 내가 소설을 쓰게 된 거였지 하는 그 마음. 


 소설가가 된 후,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늘 망설였다. 책 역시 취향의 문제이고, 그 사람의 취향을 알지 못하는 한 좋은 책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지도 하지만, 내 취향이 드러나는 게 조금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마음 같아선 내 책부터 읽어주세요,라고 하고 싶기도 했지만 ㅎㅎ). 판단을 할지 하지 않을지도 모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 역시 좋아할 때, 함께 유난을 떠는 기분이 얼마나 재밌는 지도 잊어버린 채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브런치에 내가 사랑한 소설들에 대해 하나씩 올리기로 했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누군가는 결국 책은 사라질 거라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도 소설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는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이 너무 좋아서 안 쓰고는 못 배기겠는 마음이다. 늘 쓰다 말다 하는 브런치에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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