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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seohyeon Sep 12. 2023

잘 먹어야 잘 살지  

[다짐일기]


 어쩐지 하루가 먹다가 끝나는 것 같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챙겨 먹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A.I에게 일을 빼앗기게 될까 걱정하는 이 시대에 어째서 식사 대용 알약은 나오지 않는 걸까(이게 아닌가?).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 역시, 일처럼 느껴진다. 

 일이든 뭐든, 결국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째서 이토록 먹는 게 귀찮고 힘든 건지. 역시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 


 상반기에 바쁜 일정과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었다. 

 살이 빠지고, 체력이 떨어졌다. 결국 정리한 일도 있고, 일을 정리하면서 헬스 PT를 등록했다. 말 그대로 살자고 하는 운동. 

 인바디를 재고 난 후, 선생님은 '벌크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170의 키에 50이 안 되는 몸무게를 찍고 있었으니까. 근육량도 떨어지고. 고등학교 이후 최저 몸무게를 찍고 있는 터라, 체력 역시 뚝 떨어진 상태였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테고, 또 누군가는 뭐 그렇게까지 마른 건 아니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선 살이 빠진다는 데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55를 목표로 시작한 운동. 

 탄단지를 챙겨서, 일단 잘 챙겨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는데. 

 그렇게 1,2,3 차분히 올라가고 있었는데, 코로나에 걸리면서 다시 4킬로가 빠져 버렸다. 허허. 이거 참. 

 그나마 위안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보다 근육량은 조금 늘어났다는 것?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자. 그렇게 다시 식단도 운동도 시작했지만... 코로나에서 회복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도 겨우 50이다. 찌고 빠지고의 반복. 도무지 50 언저리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피티 선생님은 '벌크업'이 '다이어트' 보다 힘들다고, 위안을 건네지만 그렇다면 '다이어트'도 평생 안 해봤는데, 바로 고난도에 도전하는 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싶다. 하하. 


 건강하게 찌워야 하는 만큼, 최대한 깨끗한 식단을 먹지만, 지금으로선 끼니를 챙기는 게 중요하니 일반식도 마음껏 먹으라고 한다. 좋아하는 케이크를 퍼먹는 건, 일주일에 하나로 정해주긴 했지만... 어쨌거나 마음껏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면 이미 마음껏 먹고 있었는데, 그게 한없이 부족하다고 하니. 


 오랫동안 잘 챙겨 먹는 사람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제철 음식으로 알아차리는 사람들. 맛집을 찾아내고, 저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 

 일상이란 도무지 변하는 법이 없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어쩌면 매일 먹는 식사에 흥미가 없어서 일상에 더 빨리 질리는 것 아닐까 하는. 그전까진 이렇게 끊임없이 일상을 채울 무언가를 찾아 헤매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 저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다른 내가 되고 싶은 기분은 왜일까. 

 이번 기회에 좀 더 음식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냉장고를 가득 채운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언제 다 먹나 싶은 마음부터 들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먹어야 근육도 붙고, 일상도 챙기는 법이니. 일단은 한 번 시키는 대로라도 먹어보자! 그 마음이지만... 여전히 저녁은 뭘 먹어야 할지. 반복 또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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