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강>
[소설가의 콘텐츠 읽기] 잠깐 웃어도 될까요
- <강매강>
강력반과 유치원의 만남이라니.
인지부조화 제대로다.
일단 포스터부터 느낌이 온다. 이상하게 기대가 되는데 실망을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추리와 코믹의 만남, 결코 쉬운 만남이 아니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나 흡족했다.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물론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기엔 약한 감이 있다.
왜냐, 이 드라마엔 없는 게 많으니까.
요즘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자극, 유해성일 것이다. <강매강>에는 통쾌한 복수도 없고,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자극도 없고, 진이 빠지는 감정 소모도 없고, 엄청난 스피드의 전개도 없다. 흔히 추리를 떠올렸을 때,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없음’이 이 드라마의 빛나는 지점이다.
자극 없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도, 웃으면서도 우리는 추리를 할 수 있다. 어딘가 조금씩 부족해 보이는 능력치의 인물들을 보며 평범한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니까. 서로가 서로의 힘에 기대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고, 또 그렇게 삶을 살아가게 되니까.
그렇게 <강매강>은 추리극도 밥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강매강>은 경찰서 신축 공사를 빌미로 망한 어린이 집을 사무실로 쓰게 된 전국 실적 꼴찌의 송원서 강력 2반에 초엘리트 반장 ‘동방유빈’이 부임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드라마다. 작품 소개를 보면 어쩐지 초엘리트 반장이 전국 실적 꼴찌의 팀을 개선시키는 내용을 그리게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르는 게 없는 ‘동방유빈’ 역시도 어딘가 허술해 보이긴 마찬가지니까. 칼부림을 부리는 범인으로부터 그를 구해주는 건 시도 때도 없이 삐치고 이상하게 마성의 매력을 발산하는 전직 권투 선수이자 사고뭉치 무중력 경찰이니까. 어디 그뿐인가, 다둥이의 아빠로 늘 지각을 일삼는 전직 사극 선수,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는 개코 막내 경찰,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서민서 형사까지. 캐릭터가 보여주는 앙상블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추리 드라마에서 사건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동방유빈 반장의 과거의 사건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축으로 작용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하게 되는 건 이 사고뭉치 팀들이 또 무슨 일을 벌이게 될 것 인가다. 이번엔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그 속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미소를 띠며 보게 된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억지스럽게 보이지 않는 힘이 <강매강>에는 있다. 이런 드라마를 보는 게 언제였더라. 시트콤을 그리워하는 이라면 당연히 이 드라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드라마를 굳이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얼마나 훌륭한 완성도를 보였는지,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싶지가 않다. 자극이 우선이 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귀한 작품인가.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어쩐지 그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실도 드라마도 자극적인 일이 쏟아진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된다고,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있다간 세상의 흐름을 금세 놓쳐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만 하고선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하고, 더 필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질 거란 희망 아닐까.
다 큰 어른, 심지어 형사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유치원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볼만하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체면이든 뭐든 내려놓은 채 잠시 생각해야 할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