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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밀리 May 27. 2021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집을 만듭니다

슬로우밀리 건축사 이진영 프로 인터뷰 2편

슬로우밀리 건축사 이진영 소장 두 번째 이야기

라이파스타일에 맞춘 집을 만듭니다.

이진영 소장 | 슬로우밀리 건축사

대한민국 주택 설계의 혁신을 이끌고 싶은 건축사. 건축설계 5년제 졸업 후, 대형 설계 사무소에서 약 7년간 근무하며 약 50여개의 프로젝트에 참여, 삼성동의 '파르나스 타워'와 그 옆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리노베이션 준공까지 진행한 실력파이다. 2020년, 슬로우밀리에 합류하여 기존의 획일화된 주택 설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건축 설계 프로세스 전체를 리딩 하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전례 없는 상승으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이미 서울 부동산의 맛(?) 을 한 번 본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님들은 증여나 차용 등의 방법으로 밀레니얼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려 하고, 밀레니얼 자녀, 특히 30대들은 주택 담보대출, 신용대출, 부모님의 도움 등 갖가지 방법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서울의 아파트를 구매하려 한다. 나고 자란 곳이 대부분은 아파트인데다 빠른 정보 습득으로 똑똑한 밀레니얼들은 부동산은 아파트라며 아파트에 열광한다.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구축 아파트까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살기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하위 20%의 구축 아파트까지 중위 가격이 4-5억 대까지 솟은 마당에, 그래도 아파트인가. 아파트에 대항할만한 집은 없을까. 수요를 충족할만한 신축 아파트 공급은 꽤나 먼 이야기인데, 낡은 구축 아파트를 대신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갈 집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슬로우밀리611의 설계가 크게 바뀐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때 히스토리 좀 알려주세요.

현재 슬로우밀리611은 1인 가구를 위해 평면 특화 설계를 적용한 주택이에요.

이전에는 평면 특화 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공급자 입장에서 최대 효율을 낸 주택 형태였죠. 그렇게 설계를 마치고, 팀원들끼리 회고를 하는데, 이런 의견이 나왔어요.


"가운데 세대는 막힌 뷰에요?"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빌라에서 양옆에 세대를 끼고 있는 가운데 세대는 건축법의 제한에 의해 뷰가 확보되지 않아요. 한 층에 보통 3세대를 넣다 보면 가운데 세대는 코어 위치 때문에 뷰 확보가 가능하도록 배치하는 게 어렵거든요. 옆 건물의 측벽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저희도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해당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내부 인테리어의 고급화로 뷰의 한계를 상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이게 실거주자 입장에서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설계 담당자로서 이러한 한계를 평면 재구성으로 개선해보자는 욕심도 있었고요. 마침 심의가 2주가 밀려 이 부분을 개선해보기로 했어요. 심의 2주 남기고 평면을 엎는 일은 잘 안 생기는데, 저희는 기준층 평면을 흔들었죠. 결국 가운데 낀 세대도 어느 정도의 뷰를 확보할 수 있게 평면이 나왔고, 그렇게 심의가 들어갔습니다.



그러시면 심의 들어가기 2주 전에 평면을 바꾸신 거예요?

아니요. 3일 만에요.


원래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평면을 바꾸기도 하나요?

그게 프로젝트의 사이즈에 따라 다른데 큰 프로젝트는 규모나 프로세스상 어렵지만, 저희는 팀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고, 동료 설계사분의 도움으로 좋은 평면을 만들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희는 가운데 낀 세대도 뷰를 확보할 수 있었고, 더불어 다른 디테일들까지 추가하고 보완해가며 평면 특화 설계를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슬로우밀리 건축사로서 얘기해 주세요. 사람들이 왜 슬로우밀리에 살아야 될까요?

저희는 밀레니얼 세대로 타깃을 명확히 했어요.

그래서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충족하려고 했습니다.

워낙 니즈가 다양하고, 특색 있는 세대라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먼저, 저희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나를 위해 일하고, 즐기는 세대에요. 하지만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집에서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길 원해요. 가장 바쁜 세대지만, 집돌이 집순이도 많은 세대죠.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1층 주출입구 필로티의 조명, 공용 공간에서 보이는 조경, 1층으로 들어오는 길의 화단, 건물의 외장재 등 집을 바라만 봐도 따뜻하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내부 공간.

저희 밀레니얼 세대들은 집에서 편하게 쉬기도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화상수업을 경험하는 등 집에서 업무나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세대에요.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에는 교육시스템이 권장하지 않았던 취미도 찾아야 했죠. 집안에서 생각보다 할게 많은 거예요. 그러려면 공간이 어떻게 나와야 할까요? 어차피 혼자 사니까 방은 많을 필요가 없고, 예뻐야 하고, 수납공간도 많아야 하고, 깔끔하고, 트여있어야 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홈트레이닝을 비롯한 각종 취미생활도 집안에서 해야 하니까요. 이런 우리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에 반영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집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에 맞춘 집을 원한다면 슬로우밀리를 자신 있게 권해드려요.



마지막으로 집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많은 걸 겪은 것 같아요.

치열한 대학교 입학 과정, 엄청난 취업난, 미세먼지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자연재해, 금융 위기 등등..

그렇게 힘들게 얻은 삶인데, 경제 논리로만 집을 바라보지 말고, 이제 정말 집. 아늑하고 지친 나를 위로하고 담을 수 있는 집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기성세대들에게만 유리한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그 게임에 들어가지 않으면 돼요. 우리 세대가 생각을 바꾸고, 시선을 바꿔서 결국 이 부동산 판을 바꿔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꿋꿋하게 뭐든 이겨낸 세대니까 꼭 이 정형화된 시장 안에서 좌절하지 않고, 우리 세대 스스로가 새로운 방향을 개척했으면 좋겠어요.


슬로우밀리 건축사 이진영 프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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