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했다고 욕하지 말고, 우리 솔직하게 얘기해봐요.
#1.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5. 남) 씨는 월세 150만 원의 오피스텔을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했다. 직주 근접을 위해 역삼역 인근 오피스텔에 월세 120만 원으로 거주했으나, 높은 월세 탓에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고 있었다. 직장 인근 아파트를 전세 6억 원대로 계약하려 했으나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2주 만에 9억으로 치솟았다. 이 씨는 "자금 융통을 위해 고민하던 2주 사이에 전셋값이 너무 올라버렸다"면서 "회사 근처의 전월세 모두 너무 올라버려서 현재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재계약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2. 경기도 아파트에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출퇴근하는 '나홀로족' 현모(33. 여) 씨는 최근 서울의 직장 근처에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포기했다. 정부의 생애 최초 구입 대출이 가능한 5억 원 이하 주택을 알아봤으나 직장에서 왕복 30분 거리에는 조건에 맞는 매물을 한 채도 찾을 수 없었다. 현 씨는 "정부의 대책은 신혼부부와 무주택자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1인 가구는 현실적으로 모든 혜택에 부합하기 어렵다" 라며 "혼자 먹고 사니 너무 높은 대출 이자는 부담스럽고, 서울에는 5억 이하 주택도 없는데, 1인 가구는 서울에서 멀리 살거나 낡은 집에만 살으라는 거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3.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 분양 아파트의 생애 최초 특별 공급 물량이 25%로 늘었다는 소식에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해볼까 기대하던 회사원 강모(38. 남) 씨는 최근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참여하는 조건이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자' 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한 부부이거나, 한 부모 가정 등이어야 가능하고, 미혼 1인 가구는 청약이 불가능하다. 강 씨는 "1인 가구는 부양가족이 없어 청약 가점 30점대로는 일반청약으로는 아파트 당첨이 어렵다. 특별공급 혜택도 받을 수 없고, 청년 주택 입주 소득 기준도 30대 중후반에게는 턱 없이 낮아 입주가 불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실제 사례입니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현재 거주하는 집의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사례. 작은 집이라도 한채 마련하려 보니 가격이 맞으면 맘에 들지 않고, 맘에 들면 가격이 비싸 정부 혜택을 못 받는 사례. 청약을 넣으려고 보니 부양가족 없는 1인 가구는 가점도 모자라고 특별공급 대상도 아니라 포기하는 사례. 주변을 살펴보면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 내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1인 가구는 어디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밀레니얼 1인 가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과 형태에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2-30대는 생산 가능 인구 중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학창 시절을 보낼 때는 학교 근처를, 취업 후엔 회사 근처를 원하게 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대부분 회사는 서울에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하나 둘 경기권으로 나간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서울 3대 업무지구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레 3대 업무지구로 출퇴근이 편리한 배후 주거지역에 거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 1)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관악구(38.0%) 마포구(34.9%) 영등포구(34.7%) 광진구(33.9%) 강서구(33.9%) 순으로 지역 내 밀레니얼의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이들은 각각 강남 업무지구, 광화문·종로 업무지구, 여의도 업무지구, 신흥 업무지구인 마곡지구 등으로 출퇴근이 용이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 살고(live) 있지만, 살(buy)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 2) 2019년 5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가구는 대다수 임차가구(76%) 형태로 거주 중입니다. 전세는 24.3%에 불과하고 월세 형태가 51.7%, 자가는 18.9%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의해 서울의 모든 지역이 투기 과열지구로 묶였기 때문입니다. 투기 과열지구가 되면서 서울 아파트의 중윗값은 9억 원으로 치솟았으며, 대출은 LTV 40%로 내려앉았습니다. 더구나 부족한 금액은 신용대출로 충당했는데, 이마저도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로 어려워졌습니다. 비단 아파트뿐 아니라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이 빌라, 오피스텔 등 비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쳐 서울시 주택의 평균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30대들의 서울 아파트 영끌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 아닌 비판을 합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은 10명 가운데 3명이 30대였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를 구매한 30대들이 밀레니얼 세대 전체의 삶을 대변할 수 없으며, 이들의 선택이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첫 번째, 서울시 거주 30대 인구수는 약 150만 명,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30대 아파트 매매건수는 약 3,900여 건에 불과합니다. 서울시 거주 30대 인구의 0.26%만이 아파트를 매매한 것입니다. 0.26%는 밀레니얼 세대 전체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주 3)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7년 동안 30대 가구주의 빚 부담은 약 100%, 배로 폭증했습니다.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소득 대비 빚 부담이 크다 보니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53% 급등한 반면, 월평균 소득은 16%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의 기준은 다르지만, 빚 부담이 늘어난 삶이 행복한 삶에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밀레니얼은 오피스 권역 배후지에 거주하지만, 대다수가 임차 가구입니다. 임차 가구를 벗어나 아파트를 매매한 소수 역시 빚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1인 가구는 어디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정책입니다. 부동산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죠. 다음 챕터에서는 밀레니얼 1인 가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 1) 통계청 -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
주 2) 국토교통부 -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주 3) JTBC 뉴스 통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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