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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밀리 Nov 05. 2020

어디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네 번째 이야기, 30대 1인 가구가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집

이전 챕터에서는 밀레니얼 1인 가구가 살고 싶어 하는 지역과 밀레니얼 1인 가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밀레니얼이 살고 싶어 하는 집과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타자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집, 아파트입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집, 아파트


아파트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합니다.

특별히 단독 주택에 로망이 있지 않는 한, 살고 싶은 집을 말해보라면 대다수가 아파트를 얘기합니다. 아파트에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 편리한 커뮤니티 시설, 깨끗한 환경 관리와 치안 유지 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급한 조건들은 대부분 신축 아파트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TV CF에서 보던 화려한 아파트의 풍경 때문에 '아파트' 자체의 이미지가 위와 같이 굳어진 것뿐입니다.



주 4) 신축 아파트의 비중을 따져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 가운데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는 9.6%입니다. 즉, 모두가 선망하고 꿈꾸는 모습을 갖춘 아파트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10% 이내라는 것입니다. 신축이 아닌 아파트가 90% 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 원선, 2 분위(하위 40%) 중저가 아파트값은 7억 1301만 원, 서울 1 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 4892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LTV 40%를 적용했을 경우, 하위 20%의 아파트를 구매하려 해도 본인 돈 2억 7천만 원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주 5)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넓은 실내 공간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코로나 이후 주거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애써 구매한 하위 20%의 서울 아파트가 앞으로의 시대상에 적합한,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주거 형태라고 생각하 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아파트는 오른다는 확신 아래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판단이지만, 현실적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구매할 여력이 되면서,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아파트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집,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로, 본래 사무용으로 지어졌으나 주거 기능이 추가된 것입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좁지만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하고, 도심 번화가나 역세권에 위치하여 1인 가구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법상 주거 시설이 아닌 업무시설이다 보니 여타 주거 시설에 비해 몇몇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아파트에 비해 전용 면적이 작아 관리비가 비싼 편입니다. 아파트는 주택법에 의해 전용률이 70-80%까지 나오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대부분 45-55% 내외이기 때문에 같은 평수라도 오피스텔의 공용면적이 큰 편입니다. 공용 관리 면적이 큰 반면, 세대수는 적어 각 세대별로 부담해야 할 공동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비쌉니다. 


또한 임대하여 거주할 경우 집주인이 원하지 않으면 전입신고를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전입 신고를 하는 순간 주택으로 분류되어 집주인의 주택 수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가 가장 선호하지만 막상 거주할 때, 좁은 공간과 비싼 관리비 등으로 거주에 어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기도 하는 곳이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다가도 집다운 집을 찾아 빌라로 이사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살게 되는 집, 빌라


원룸에서 시작해 깔끔한 오피스텔로 이사 갔다가 좀 더 넓은 빌라로 이사 오는 테크.

밀레니얼 1인 가구 들의 가장 많은 이사 동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 연차와 월급이 높아질수록,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질수록 집 다운 집,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너무 비싸고, 오피스텔은 가격 대비 좁다 보니 빌라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빌라는 대부분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역세권이라면 선호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지하철 이용료에 맞먹는 비용을 주더라도 단 10분간 공유 킥보드를 타는 것처럼, 뭐든지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밀레니얼 1인 가구들이 궁극적으로 정착하게 되는 주거 형태라 그런지, 역세권 주택가에는 굉장히 많은 신축 빌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빌라 특성상 대기업이 진입하긴 너무 작은 시장이기에 영세한 1인 건축업자들이 건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거주인의 생활 특성과 취향을 고려해 짓기보다는 공급자 입장에서 최대 수익을 위해 짓는 행태가 만연하여 빌라에 대한 인식이 안 좋기도 합니다.



모든 빌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날림공사를 일삼는 건축업자들 때문에 잘 지어진 빌라까지 뭉뚱그려 질타받는 것이죠. 또한 빌라 건축업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취향을 파악하기 어렵기에 그들이 짓는 빌라들이 획일화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밀레니얼 1인 가구들은 내 삶을 위한 집이 아닌, 획일화된 집에 내 삶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애매한 공간에 욱여넣은 방, 생활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룸 배치, 부족한 수납공간 등 이래저래 불편한 구석이 많습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가는 시대에 발맞춰 빌라도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수없이 쏟아진 부동산 대책 가운데 공급자 측면에서, 빌라(다세대, 다가구 주택)만 유일하게 규제를 피해 갔습니다. 정부에서 빌라를 임대하기 위해 구매하는 건 투기 수요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빌라를 공급하여 거주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면, 이번이 빌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절호의 기회입니다. 


주 4) 건설산업연구원 - 서울 새 아파트 비중

주 5) 영국 부동산 전문 칼럼니스트 게리 베이커 - 6월 10일 포브스 게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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