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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로운 Mar 26. 2024

2-9 우린 모두 따라-쟁이었다

모방은 가장 쉬운 학습법


2-9 우린 모두 따라쟁이 었다

나는 '진짜' 부모가 되고 싶다  #2 부모, 아이를 공부하다


며칠 전 주말 TV에 귀여운 판다가 나온 걸 봤어요. 그동안 인기를 독차지했던 놀이공원의 판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많은 이들을 서운하게 했고, 그립게 했죠. 그런데, 또 다른 귀여운 판다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쌍둥이 판다였어요.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엄마가 채혈을 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아기 쌍둥이가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채혈을 하는 모습이었어요. 엄마의 채혈 모습을 보고 아기 판다들이 자연스럽게 채혈을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합니다. 아기판다들이 엄마판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관찰학습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겠죠.  



우린 어릴 적 모두 따라-쟁이들이었어요. 엄마, 아빠를 따라 했고, 형제를 따라 했고, 친구를 따라 했죠. 그게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 알아차리기 전 무조건 따라 하면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게 바람직한 모방이었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모방한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모방의 모델이 되었던 사람이 오히려 후회를 많이 했을 겁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난 후, 후회했던 적이 종종 있었죠. 전문가인 저도 자식 앞에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만큼 분명하면서도 어렵고 모호한 관계가 있나 싶습니다. 



태어난 지 몇 시간 안 된 신생아가 간호사나 엄마의 혀를 내민 모습을 따라 하는 것을 보았을 거예요. 처음엔 바로 본 것을 그대로 따라 하던 아이는 18개월이 지나면 정신적 표상이 가능해지면서 지연모방이 가능해져요.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그 자리에서 직접 모방하지 않고 기억했다가 일정시간이 지난 후 그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말하죠. 가끔 아이가 아빠의 운전하는 모습,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 부모가 말다툼을 할 때 사용한 말투 등을 갑자기 표현해서 놀랍고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을 거예요.



큰아이가 동생을 업고 다니는 엄마를 따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업고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지네요. 가끔은 엄마, 아빠의 이것만큼은 닮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똑같이 엄마모습을 하고 아빠처럼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지요.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무언가를 학습하고 가장 쉽게 학습하는 것이 모방학습이 아닐까요? 사고가 덜 발달된 어린아이일수록 표정이나 행동을 쉽게 따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요.


"참으로 보고 배운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쟁이가 가장 쉬웠어요"

아동의 발달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양해요. 아이들은 연령에 따라서, 또는 발달영역인 신체운동, 사회정서, 인지에 따라 그리고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이론만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론도 상황과 아동의 특성에 따라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중 학습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는 이론 중 모방학습 또는 관찰학습이론이 있어요. 누군가를 관찰하고 자극을 받으면 행동을 모방하여 학습을 하게 된다는 학습이론입니다. 



학창 시절,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유심히 살펴보았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지금도 누군가 옷을 잘 입어 멋지다고 생각되거나 좀 괜찮다고 생각되면 곁눈질도 살짝살짝 해 보죠. 그리고 조용히 따라 해 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모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게 무엇이든 성공적이면 계속 발전시켜 나가게 되죠. 하지만 흉내 내거나 따라 해 봐도 별 볼일이 없으면 바로 포기하기도 합니다. 모방은 이렇듯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지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다 아는 사실이고 인정하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척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알아차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흉내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입니다. 우리 아이가 나를 따라 했으면 좋겠다 싶은, 우리 아이가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싶은, 저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환경에 우리 아이를 노출시켜 주세요. 따라 하다 보면, 흉내 내다보면 그대로 따라만 하지는 않습니다. 인지능력이 발달하면 아이는 자신이 학습한 행동이 가치로운 일인지 아닌지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니까요. 그림을 그릴 때 처음엔 남의 그림을 베끼잖아요. 그러다 보면 나만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처럼.



지금도 아이는 나를 관찰하고 있는 중,  그리고 곧 따라쟁이가 될 준비 중입니다.




'진짜' 부모 Tip


관찰학습(모방학습)은 반드라(Bandura)의 인지적 사회학습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환경과 인지능력이 학습과 발달에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게 됨으로써 그들의 행동, 사고, 감정까지 습득한다고 믿죠. 즉 아동의 변화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여 학습되어 나타난다고 주장하죠. 그렇기 때문에 관찰한 것을 흉내 내는 일은 아이들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진짜" 부모 note


영유아교사들은 아이들에게서 부모를 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양육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여 인형놀이를 비롯한 여러 역할 놀이를 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놀이 속에는 부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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