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서 나눈 시간과 추억
동기회 30주년 기념 여행이 17일부터 19일까지 거제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다는 공지가 밴드에 올라왔습니다.
거제는 진주에서 한 시간 거리로 멀지 않습니다. 그 동안 진주에 있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동기회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는 가능하면 참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17일과 18일에는 학교 전체 교수 워크샵이 있고(학장이니 제가 주관을 해야 합니다), 19일은 추수감사절입니다(저는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은 나름 큰 명절이랍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일정을 꼽아보니 18일 저녁에 들어가서 늦게 나오거나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오는 정도의 일정은 가능하겠다 싶습니다.
마침 진주시 반성면에 개원하고 계시는 이** 선생님께서 저와 비슷한 일정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연락을 주시고 감사하게도 차를 갖고 가시겠다고 하셔서 거제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일정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틀 간 통영에서 열린 학교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18일 세 시 경에 진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집에 들러서 잠깐 개인정비를 하고 여섯시에 집 앞까지 와 주신 이정준 선생님과 합류하였습니다.
거제에서 모이기로 한 장소는 저녁식사 장소인 지심도 횟집입니다. 먼저 거제에 와 있는 동기들이 케이블카를 타는 일정을 마치고 오는 시간과 저희가 도착하는 시간이 마침 엇비슷합니다.
일곱 시 정각에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오니 음식들이 차려져서 막 식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였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있는 동기들과 정담을 나누면서 한참 밥 먹다가 살펴보니 여자 동기 세분은 따로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네요. 내외라도 하시는 걸까요. 여자 동기분들 자리로 옮겨서 권**, 신**, 최** 동기들과 열심히 떠들다 보니 어느 새 노래방으로 옮길 시간이 다 되었다고 이기준 동기가 공지합니다. 흠 별로 많이 이야기 못 한 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일단 정리하고 내려갑니다.
밖으로 나왔더니 황**, 강** 동기는 이제 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군요.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해서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이차 장소는 걸어서 이삼 분 남짓한 곳에 있는 킹 노래방이라고 식당에서 멀지 않습니다. 스무 명이 조금 못 되게 모인 이 곳에서는 신** 동기가 진행을 맡아 주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인사와 안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서로의 살아 온 내력들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저는 이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어느 덧 모두들 오십대 후반을 넘기고 있는데, 누군들 삶의 어느 모퉁이를 돌면서 슬프고 아프고 힘들었던 곡절이 없었겠습니까. 서로의 사연들에 자기가 살아 온이야기를 비추어 보면서 함께 위로하고 격려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노래방 타임이 되었습니다. 노래방 가본 게 백만 년도 더 된 것 같지만 어쨌거나 저도 한 곡을 불렀고, 모두 함께 술잔을 들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열한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역시 아쉬운 대로 노래방 모임을 정리하고 숙소인 라마다 스윗 거제로 삼삼오오 택시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이** 동기가 그냥 잠들기 아쉬운 사람은 자기 방으로 모이라고 해서 갔더니 남자 동기들 대부분이 모여 있었습니다. 노래방에서 못 다한 살아 온 이야기며 이런저런 다양한 화제들로 이야기 나누다가 1시를 조금 넘겨서 내일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저와 이** 선생은 아침 일찍 떠나야 해서 그 시간이 동기들과 헤어지는 시간이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오느라 주름은 깊어지고 머리는 하얘졌으나, 청춘의 빛나는 한 시기를 함께 지나 온 애틋함이 새삼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꼼꼼하게 일정을 조율하고 장소를 섭외하느리 피곤해서 마지막 시간에는 거의 잠들다시피 한 이** 동기한테 특별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함께 한 다른 동기들은 물론이고, 함께 하지 못한 동기들도 새삼 떠올렸던 시간이었네요. 모두 감사드리고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또 더 환한 얼굴로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