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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생훈장 May 13. 2024

플라타너스 이야기

경상국립대하교 칠암캠퍼스와 칠암주민공원의 버즘나무들

경남 과학기술대학교였다가 2021년에 경상대학교와 통합하여 한 학교가 된 경상국립대학교 칠암 캠퍼스 교정(校庭)에는 심은 지 오래되어 크고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있습니다. 1910년 공립진주실업학교로 개교하여 진주공립농업학교(1911), 진주공립농림학교(1946. 3.), 진주농립중학교(1946. 8.), 진주농림고등학교(1951), 진주농림고등전문학교(1965), 진주농림전문대학91979), 진주산업대학교(1993), 경남과학기술대학교(2011)가 되었다가 이제 경상국립대학교가 되기까지 긴 세월을 거친 캠퍼스이니 학교 곳곳에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농업학교답게 오래되고 큰 나무들이 많은데 그 중에 이 플라타너스들도 있는 거지요.

학교 동편 주차장을 따라 가로수처럼 늘어선 나무들이 더 많지만 캠퍼스 가운데 있는, 제가 좋아하는 ‘쥬라기 공원’ 숲의 경계에 자리잡은 네 그루가 더 고즈넉하고 장해 보입니다. 다른 분들 보기에도 그랬는지 아 나무들 아래 공간은 꿈나무 동산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표지판과 꿈나무 바위가 조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때는 가로수로 플라타너스를 많이 심었지만 너무 빨리, 너무 높게 자라기 때문에 전기줄과 엉키거나 시야를 가로막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태풍이 오면 아예 쓰러지면서 피해를 준 경우도 많아서 지금은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학교 안에 있는 플라타너스들이 더욱 귀하다 싶고, 특히 이맘때쯤 연록색의 잎들이 넓게 펼쳐지면서 하늘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장해서 오며 가며 눈길이 머물곤 합니다.

‘플라타너스(Platanus)’라는 이름은 그리스 단어 ‘platys’에서 왔답니다. 넓다는 뜻으로, ‘잎이 넓은 나무’라는 의미라네요. 반면 우리말 이름인 버즘나무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이 떨어져 나가는 모양이 마치 얼굴에 나는 버즘(마른버짐, 건선乾癬, psoriasis)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저희 때만 해도 사람들, 특히 남자나 아이들이 피부관리를 제대로 하는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버즘이 드물지 않았지만 지금은 버즘이 그리 흔한 질환이 아니어서, 젊은 세대들은 이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진주에는 플라타너스가 흔치 않아서 이 나무들이 다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오늘 칠암동 주민공원에 자전거 산책을 갔다가 공원 가운데 홀로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만났습니다. 이 공원을 처음 오는 건 아닌데 이 나무는 마치 오늘 처음 본 것처럼 놀랍습니다.

수령(樹齡)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십 년은 넘었을 듯한 크기입니다. 칠암 캠퍼스에 있는 나무들은 2011년에 농과대학에서 일제히 조사를 해서 수령을 밝혀 놓았는데, 그 중 가장 크고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는 생년이 1919년일 거라고 기록되어 있거든요. 그 나무들만큼은 아니지만 주민공원 안의 나무도 크기로 보아 나이가 적어도 그 정도는 되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캠퍼스의 나무들은 여러 그루가 같이 심어져서 비교적 높고 좁게 자란 반면 주민공원의 플라타너스는 단독으로 심어져서 원만하고 둥근 수형을 갖추었습니다. 서로 이웃해서 경쟁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자란 캠퍼스의 나무들이 형제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성장해 각자 일가를 이룬 이들 같다면, 혼자 넓은 터를 차지해서 자란 주민공원 플라타너스는 유복한 집 외동 자녀로 자란 여유로운 중년 같아 보였습니다. 환경과 생김새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자란 나무들은 함께 자란 대로 홀로 자란 나무는 홀로 자란 대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캠퍼스 안 나무에는 ‘버즘나무’라는 이름이 명찰에 쓰여 있는데, 구글 검색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는 거의 없고 ‘서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서양버즘나무는 열매 자루에 열매가 하나만 달리고 버즘나무는 2-6개로 주렁주렁 달린다는데, 그렇게 여러 번 나무들을 보았어도 열매가 어떻게 달리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볼 있이 있을테니 그 때는 제대로 확인을 해 보도록 해야겠다 싶어집니다.  

         

칠암캠퍼스 안 플라타너스들과 주민 공원의 플라타너스. 나무의 모양이 많이 다릅니다.
꿈나무 동산의 표지판과 꿈나무 바위. 바위 오른쪽 옆에는 손바닥을 대고 꿈을 다짐하는 자리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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