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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Apr 19. 2024

#23. 전자발찌를 찬 사나이

성장일기 _ 캐나다라이프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 등교시키고 평소보다 늦게 수영장으로 향했다. 

내가 자주 다니던 에드먼드 커뮤니티센터 내 수영장이 1년에 한 번 유지보수 하는 기간이라 3주간 영업을 하지 않아서 집 근처 다른 센터로 가야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공간이 수영장인데 어디로 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에 엘린데이릴라는 센터를 했다.  스카이트레인(한국의 지하철과 같은 개념)과 가깝게 있어서인지 이 수영장에는 비교적 많은 노숙자들이 수영장에 찾기에 아무리 수영장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수영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수영장 역시 아침시간에는 늘 영유아들 수영레슨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밴쿠버의 상징적인 날씨인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온몸이 으슬으슬 추울 만큼 공기가 찬 이런 날씨일수록 수영장 사우나와 온탕에서 몸을 녹이는 게 최고의 몸보신이라고 자부한다. 


수영장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니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온탕에 꽉 차게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날씨 탓이겠지 생각했다.  몸도 춥고 자리도 없어서 오랜만에 사우나 안으로 먼저 향했다. 


사우나에 들어서자마자 출입구 바로 옆 바닥에 웬 남자가 누워서 눈을 감고 요가와 비슷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 눈이 향한 곳은 그의 발목에 채워져 있는 전자발찌였다. 


'헉! 저게 뭐야?'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잘못 본 건가? 저 사람의 발목 액세서리템인가?'


캐나다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다름을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는 곳이기에 그가 발목에 찬 것이 다양한 취미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전자발찌를 하고 수영장에 온다고?  한국이었다면 성범죄자나 도주위험이 있는 흉악범들에게 착용시키는 거 아니야? 그럼 저 사람은 대체 뭘까? 저런 흉악한 사람이 이런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너무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리고 만약 범죄자가 착용하는 전자발찌가 맞다면 그것을 착용하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특히 아침시간에는 영유아아기들 많이 오는 공공장소에 올 수 있는 그의 멘털은 어느 정도로 강력할까를 생각하니 대단함마저 느껴졌다.  


'대체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길래 이런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시선에 동요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


나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종종 이리저리 흔들리는 멘털을 가지고 있어서 나와 정반대의 멘털을 가진 그가 대단히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우나에서 5분 버텼을까 너무 더워서 밖으로 뛰쳐나오다가 그만 운동하다 뻗은 그의 손을 밟고 말았다. 


"I'm so.... so.... sorry. Are you ok?"


정말 겁먹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눈을 있던 그가 눈을 뜨면서 나에게 말했다.


"I'm good, Don't worry. Don't worry"


내가 영어를 못하는 동양인인 줄 어찌 알았는지 (당연히 발음이 좋지 않으니 예상했겠지만) 짧은 말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바닥의 누운 눈동자색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푸른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허둥지둥 밖으로 나와서 온탕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많이 수온이 많이 차가웠다 아니면 전자발찌를 찬 그가 무서워서였는지 물을 더 차갑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계속 나는 전자발찌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범죄자인가? 

그의 액세서리인가?


온탕에서 눈을 감고 있는데 온탕에서 물이 출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눈을 떠보니 사우나에서 봤던 그 사나이가 바로 내 옆에 앉아서 사우나 안에서 하던 그 이상한 요가동작과 조금은 격한 리액션들을 물속에서 하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내 몸이 왔다 갔다 출렁이기 시작했고 온탕 안의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사우나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거였다. 사람들은 그를 피해서 온탕에 있다가 그가 돌아오니 다시 사우나로 가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불편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고서 그와 눈이라도 마주칠 싶어 두려운 마음에 고개까지 떨군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시간이 좀 흘러 출렁이던 내 몸이 잠잠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사우나로 돌아갔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대각선 맞은편에 그가 있었고 파란색 수영복을 입은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에 키가 대략 178cm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가 제법 큰 여성이 클립보드에 끼워진 종이와 팬을 들고 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고 있었다.  짧게 얘기를 하더니 그녀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그가 있는 온탕 안으로 들어와서 그와 30분가량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궁금했다. 그녀는 상담사일까? 경찰일까?

만약 그녀가 상담사라면 그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고, 범죄자에게도 인권을 존중해 주는 해주고 사람하나하나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진정한 선진국인가 싶다가도 많은 다수가 느낄 수 있는 불편함과 공포심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는 양가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경찰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자와 함께 온탕에서 있다니....








여하튼 내 궁금증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구글에 검색을 하였다.


캐나다 전자 발찌 유무


검색어를 타이핑하자마자 기사가 보인다.  



2015년 3월 7일 자 밴쿠버 중앙일보의 기사내용이다.


캐나다 교정본부(Correctional Service of Canada, CSC)가 올해부터 3년 동안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전과범들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을 시범 실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전자발찌가 사용되고 있으나, 그 사용 범위를 더 넓히려는 것입니다.

이 사안은 지난 2월 확정되었으며, 그 자세한 내용을 담은 내부 문서가 오타와 대학(University of Ottawa)과 칼튼 대학(Carleton University)의 ‘범죄와 처벌에 대한 교육(Criminalization and Punishment Education Project)’ 프로젝트 팀에게 입수되어 공영방송 CBC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 중략 -


그 외에도 존 하워드 소사이어티(John Howard Society of Canada)의 캐서린 라티머(Catherine Latimer)는 “전자발찌가 전과자들의 낙인(Stigma)으로 작용해 이들이 다시 사회로 되돌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또 그동안 경찰들이 해 온 감시 역할을 기기가 대체하게 되는 것 역시 이들의 사회성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략 - 


또 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될 사람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 사람들로, 충분히 사유가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범죄 재발 위험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체계적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사회도 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내가 본 남성의 전자 발찌와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기사에서 말한 것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 사람들로 분류되는데 그가 많은 대중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범죄를 저지른 특정인이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공공장소에 출연한 것도 문제를 삼을 것이고 그 사람을 입장시켰다는 이유로 수영장은 지탄을 받았을 것이며 수영장 안에 입장한 범죄자를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조차 을 견디지 못해서 1초도 함께 있지 않거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오면서 비난을 했을 것이다. 


문득 드는 생각 선진국은 중범죄자라 할지라고 그가 누려야 하는 인간의 자유권에 대해서 한없이 너그러운 것인가? 인간의 존엄성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며 이 나라는 범죄자에게도 적용하며 지켜 나가는 것인가?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궁금증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나에게 매일 다양한 문화적 충격과 (세탁기 수리가 3개월 15일이 걸렸음) 인간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존엄성일 인정해 주는 최고의 나라는 아닐까 생각각 해본다. 나의 경험이 비론 내 시선으로 협소하지만 나에게 적어도 아직까지는 감동으로 기억되는 일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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