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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주디 Feb 15. 2022

금수저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엄마 딸이라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가 대면 강의를 시작하고부터 친정엄마는 나의 매니저가 되어주시기로 자청하셨다.

오늘은 아침 일찍 서울에서 대면 강의가 있었기에 엄마는 아침일찍부터 나를 데리러 오셨다.


아침도 못 먹고 나왔을까 봐 간식거리와 커피까지 챙겨서 가지고 오셨고, 딸이 추울까 봐 담요까지 챙겨 오셨다.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데 잠이라도 자라며 엄마는 내비게이션과 대화를 하며 나를 강의하는 곳까지 데려다주셨고, 이제 몇 번 와서 익숙한지 강의 잘하고 오라며 엄마는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다.


강의장에 설 때 평소 신지 않던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고, 마이크를 쓸 수 없는 곳이라 마스크를 쓰고 큰 목소리로 말을 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2시간 넘게 강의를 하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엄마께서 쇼핑백 하나를 들고 나를 데리러 오셨다.

그 안에는 내가 발이 아플까 봐 챙겨 온 운동화가 들어있었다.

발이 너무 아파서 어떻게 걸어서 내려갈까 했는데, 운동화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나 : " 엄마~ 완전 매니저 잘하네.. 나 발 아픈 거 어떻게 알았어? "

엄마 : " 몇 번 해보니 이제 다 알지~ 주차장 가는 길도 빠른 길로 다 찾아났어~"


그리곤 정말 빠른 길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엄마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럼 오늘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신다.

퇴사 후 여행 한번 못 가고 일만 했던 나에게 바람이라도 쐐게 해주고 싶다며 엄마가 짜둔 코스를 말씀해 주셨다.




첫 번째 코스는 송추 가마골였다.

저번 주에 아빠와 함께 다녀왔던 곳인데, 나와도 가고 싶었다고 하셨다.

나는 처음 가본 곳인데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셨다. 엄마와 나는 영양갈비탕을 먹으며 먹는 내내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두 번째 코스는 마장 호수 흔들 다리였다.

엄마는 여기에 나를 데리러 오기를 계획이라도 한 듯, 내가 추울까 봐 여분의 옷과 신발까지 챙겨 오신 것 같다. 날씨가 추워 우리는 담요까지 덮고 출렁다리를 건넜다.


출렁다리에서 보는 호수와 풍경들이 마음을 탁 트이게 했고, 매일 방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다 나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우리는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셀카도 찍으며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으로 웃기다며 깔깔깔 웃기도 했다.


세 번째 코스는 천년 찻집이라는 대추차가 유명하다는 전통찻집였다.

엄마는 이곳에 아빠랑도 코스로 들렸다고 하신다.

양주에 집을 짓고 사시는 엄마 친구가 10년 전 데리고 간 이후 엄마 지인들을 계속 데리고 왔었다고 한다.


우리는 뜨끈한 대추차를 마시며 엄마 친구 이야기, 내 친구 이야기, 요즘 사는이야기를 했다.

요즘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엄마를 참 많이 닮았구나 싶다.

사람들을 좋아하며, 좋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며,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도, 배우고 성장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엄마를 닮은 것 같다.


평생 전업주부로 사셨던 엄마는 우리 3남매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항상 배움에 열심히 셨다.

오랫동안 향교에서 붓글씨와, 한국화를 배우셨고, 봉사단체나 노래교실에서는 회장을 맡을 정도로 열심히 셨다. 코로나전까진 영어, 수영, 요가 등 많은 배움활동을 하고 계셨는데 코로나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니 요즘 많이 무료하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강의를 하게 되고 엄마가 내 매니저를 핑계로 나올 수 있게 되고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하신다.


앞으로 강의를 더 많이 하게 돼서 정말 엄마에게 월급을 주며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 내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엄마에게 구독과 좋아요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서, 엄마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며 그분들께 구독 좋아요를 전달하고 계신다.


최근엔 댓글 쓰는 법까지 배우셔서 매일매일 내 유튜브에 실명으로 댓글을 남기셨다.

며칠 전엔 익숙한 이름의 댓글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엄마 친구분이셨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일이 내 유튜브의 짹짹이송 영상을 듣는 거라고 하신다.


엄마는 지금 내가 이렇게 강의를 하고 유튜브를 하며 온라인에 글을 쓰고 있는걸 너무 좋아하신다.

아직 브런치는 가르쳐 드리지 않아서 이글까지는 못 보시고 계시지만, 조만간 브런치북을 만들게 되면 알려드려야겠다.



금수저로 태어난 건 아니지만 나를 위해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엄마가 계셔서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빠의 외벌이 월급으로 항상 아끼며 3남매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해 애쓰신 걸 알기에 이제는 내가 능력을 키워 엄마께 효도하고 싶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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