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 생활
어제부터 큰아이의 코로나 격리 해제가 되었고, 오늘은 나, 내일은 신랑과 작은아이의 격리 해제가 풀린다.
정말 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이 어떻게 지니 간 건지.. 지나고 나니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은 큰아이가 고열에 시달렸고, 평소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이기에 우리 집은 비상일 수밖에 없었다. 고열이 오른 3일 동안 마음고생과 몸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차례로 나와 다른 가족 모두 확진이 되어 몸도 몸이지만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나는 아이 학교 선생님들과 연락을 해야 했고, 내가 하던 일을 해야 했고, 중요한 서류와 영상 제출도 해야 했다. 새벽 기상도 하고 북클럽 리더로 줌모임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떤 정신으로 한 건지.. 그래서 이렇게 일주일이 빨리 지나갔나 보다.
내가 아픈와중에도 이것저것 해내는 걸 보고 아는 분은 내가 건강체질이라 그런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4일은 너무 아파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2일 정도 아프고 3일째 되는 날 괜찮은가 싶었는데, 4일째 되는 날 목소리가 안 나왔고, 사람들이 왜 말을 못 하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정말 하루 동안 말을 할 수 없었고, 침만 삼켜도 목구멍이 아파서 약기운이 떨어지면 더 아팠던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확진으로 마치 여름휴가처럼 오랜 시간 함께 있어본 게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방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다 잠이 들었고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땐 가족 톡에 얘기를 하곤 했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 핑계였던 것 같고, 이젠 아이들도 다 크고 각자의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신랑과 딸아이가 가끔 나에게 치대며 어리광을 부려 소리 지를 일이 있었지만 대체로 우리 가족의 코로나 격리생활은 평화로웠다.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가서 다행이었다.
오늘 제일 먼저 코로나 격리 해제된 큰아이는 아침에 혼자 일어나 아침까지 먹고 학교에 다녀왔다.
나도 잠깐 일어나 교복 입는 걸 보고 학교 가서 아프면 선생님께 얘기하고 집으로 오라고 했었는데, 큰아이는 다행히 마지막 교시까지 끝마치고 왔다. 그리고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동생이 먹고 싶어 하는 마카롱도 사 오고, 내가 좋아하는 쿠키도, 아빠가 좋아하는 편의점 소시지도 사 가지고 집에 왔다.
가족 톡을 보니 신랑과 딸은 큰아이에게 내일은 포켓몬빵을 사 가지고 오라며, 어떻게든 구해오라는 협박의 톡을 보내 났다. 내일은 내가 나갈 수 있으니 내가 셔틀을 할 수도 있겠다.
오늘 마지막 격리 날인데 뭔가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굴거렸다. 좀 쉬어줘야 할 것 같았기에 종일 넷플릭스를 보다 자다 했다. 근데 왜 더 안 쉰 것 같고 피곤한지 모르겠다.
내일은 일주일 만에 바깥공기도 쐬고 볼일도 보고 와야겠다. 피로가 좀 풀렸으면 좋겠다.
#책과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