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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Nov 22. 2024

행동으로써 열매를 맺어야 한다.

독서의 목적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 전 나는 참으로 게으른 사람이었다. 게으르다는 표현보다는 그 게으름의 이유는 세상의 원리와 우주의 이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어리석고 무지했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렇다. 나는 어리석고 무지했기에 게을렀고, 나의 임무를 최대한 미루고 살았으며 그랬기에 나에게 온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며 살았다. 그렇지만 그때에는 내가 얼마나 좋은 기회들을 놓쳤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어리석고 아둔하고 무지했다. 세상의 이치에, 우주의 법칙에 성령의 법칙에... 말이다. 아니 그땐 그런 것들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랬기에 내 앞에 놓인 힘겨운 것들이 모두 짐만 같아 누군가가 치워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짐처럼 느껴졌던 것들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치워줄 수 없는 나의 숙제였음을, 그리고 그 숙제들을 불평하며 미루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제 때에 끝마쳤을 때 나에게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온다는 것을, 그러나 그 기회들은 결단코 기회라는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있으며 또 다른 고난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것을 또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때까지는 기회라고 알 수 없음을.. 그렇기에 아침에 뜨는 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개미집을 짓는 개미가 무언가를 바라고 이루는 것이 아닌 그저 매일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일을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마땅히 자연히 이루어지고 행해져야 하는 일임을 말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바뀐 점은 가장 먼저 의식과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이 우주와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렇기에 나는 전체와 함께 하며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의 법칙은 해와 달, 모든 동, 식물들이 그러하듯 자기의 임무를 다해내는 것이다. 의식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바뀐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수동적, 비판적 태도에서 능동적, 긍정적 태도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또 따라온 변화는 나의 임무를 다하며 내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게을리 누워있던 사람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3년 만의 변화인데 실로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변화이다.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하던 2년 전 나는 산후우울증과 그로 인한 오한 그리고 정신적 나약함으로 하루 반나절이상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집 밖에 나가는 시간은 더 줄었다. 그 시절 갓 돌지난 아이케어조차 혼자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했고 나약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파트타임이지만 매일 일한 지 10개월이 되었고, 독서모임 또한 3개월 전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으며 그 외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책을 읽고, 매주 필라테스와 골프도 배우며 주말에는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그게 뭐라고?' 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나의 체력으로 그리고 불과 2년 전 나의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몸이 힘들어도 정해진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절대 미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해진 약속조차도 그것이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 나의 임무, 나의 일이라는 생각에 그것을 미루면 또 다른 삶의 계산서가 쌓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내가 가는 길에 들어온 것이라면 이제는 미루지 않고 받아들이고 해내려 한다. 몸 컨디션이 조금만 좋지 않다고 느끼면 약속 바로 당일, 아니 몇 시간 전에도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미루었던 나에게는 이것 또한 정말로 크나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지내보니 또 하나 찾아온 변화는 체력이다. 전에는 '이 모든 걸 하루에 어떻게 해? 힘들어서 못해!' 라고 여겨졌던 일들을 하루에 다 해내다 보니 하루의 끝에 모든 일을 다 마치고서는 씻을 기력도 없이 바로 침대에서 기절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을 해내다보니 '그것들이 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의 체력이 좋아짐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학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행동 없이는 결코 생각이 여물어서 진리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겁쟁이일 뿐입니다. 대담한 정신이 없다면 절대로 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사고의 시작점, 즉 생각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행동입니다."


" 행동은 자신의 말과 글을 빛내는 진주이며 홍옥입니다. 온갖 어려움, 재난, 분노, 결핍은 웅변과 지혜를 가르치는 스승입니다. 참된 학자는 행동의 기회를 놓칠 때마다 힘을 잃어버린 듯이 안타까워합니다."


 나와 3개월을 함께한 미국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에머슨은 말한다. 


 사고의 문을 스스로 닫고 비관적으로 '나는 못해, 아파, 추워, 힘들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내가 책을 통해 의식의 넓어지고 깨달음을 얻으며 그것이 행동으로 나와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나의 본성이 시키는 일들을 아주 조금씩이지만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전보다 아니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며, 나를 둘러싼 주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선순환하여 다시금 나에게 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겁다. 내 할 일을 마치고 난 후에 누리는 일상이 즐겁고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넓어진 의식으로 이제는 세상에 뛰어들어 내 자리를 지키며 그 속에서 열매를 맺으려 한다. 아직은 뿌리를 넓히는 단계이므로 열매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뿌리를 넓히고 가지를 키우고 꽃을 피워 그 안에 나만의 열매를 맺으리라. 이 세상은 보상의 원리, 양극의 원리, 인과의 법칙으로 받은 게 있으면 내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많이 내어주면 또 그만큼 받을 것이다. 나는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자연에게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받으며 40년 이상을 살아왔다. 나머지 반은 이제 내가 이 세상에 내어놓고 갈 그 무언가를 만드는데 내 삶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세상과 우주에 빚지지 않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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