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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Nov 11. 2023

결국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나의 의지'

 '무언가를 내 의지대로 하려고 할 때 오히려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그르친 경험이 있는가?'

체계적인 독서를 시작하면서 요즈음 나는 그런 경험들을 꽤 자주 한다.


갑자기 발생한 어떤 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의 노력, 에너지, 감정까지 모두 쏟아부어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가 되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알아서 스스로 해결되던 경험, 그리고 오히려 그런 나의 힘(무언가를 내 의지로 해결해 보겠다는)이 없어진 상태에서 더 나은 쪽으로 더 빨리 일이 해결된 경험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모이는 상황에서 스케줄을 나의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 변경했는데, 결국 당일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그 일을 변경한 당사자인 나는 참여할 수 없게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민망했던 경험, 내 힘이 강하게 개입될수록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들을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내 머리로 계획한 '내 의지와 나의 계획'들에 살면서 처음으로 의구심이란 걸 갖게 되었다. '나의 기준에서 항상 맞고 옳다고만 여겨왔던 것들, 그랬기에 더 강하게 내세웠던 나의 의지와 계획들이 과연 맞았나, 과연 옳았던 것 있었나?.'라고 말이다. 대자연의 법칙 앞에 그것들이 무색해지고 아무 힘도 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참히 꺾여 버리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나는 무언가를 하려 하는 나의 의지와 판단으로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졌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은 '옮음'을 재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자연은 전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간다. 한 행성의 탄생과 성숙은, 그 별의 평형과 궤도는, 강한 바람에 휘어진 나무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또 모든 동식물을 먹여 살리는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스스로 충족되기에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영혼이 시범을 보인 것이다.


 

 에머슨은 그의 에세이 '자기 신뢰 철학' (Self reliance)에서 '자연은 전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간다. 한 행성의 탄생과 성숙, 그 별의 평형과 궤도, 모돈 동식물을 먹여 살리는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스스로 충족되기에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영혼이 시범을 보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것에 대한 해답을 나에게 제시해 주었다.




 살면서 수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두려움에 물에서 뜨려고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을 칠수록 그와 반대로 몸은 가라앉고, 오히려 힘을 다 빼고 물에 나를 맡기면 물과 하나가 된 듯 어떤 힘도 들지 않고 물 위에 편안하게 떠 있는 경험을 말이다.



 우리도 결국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니 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무언가를 해결하고 싶고, 이루고 싶을수록 그것에 대한 대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게 그 힘을 믿고 나의 힘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물론 나의 이성이 작동하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나의 이성에, 나의 판단에, 나의 의지에 반(反)해보자. 그것들이 작동하려 할 때 물에서 온몸에 힘을 빼듯 의도적으로 나의 머리에도 힘을 빼보자. 그리하여 나의 의지가 아닌 모든 만물이 알아서 돌아가게 하는, 스스로 충족되게 하는 그 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보자.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아직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적으며 나 스스로에게 다시 말해본다. 내 의지를 내려놓아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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