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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월 Nov 22. 2020

더이상 일회용 행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의 성장기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대단히 멋진 일이 벌어진다.
곧, 우리의 노력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리석은 물건 구입을 포기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던 물건으로 해결하거나 구입하지 않고 친구에게 빌리기로 마음먹을 때마다 지구에 작은 선물을 주는 셈이다. 대기는 좀 더  깨끗해지고, 물은 좀 더 맑아지며, 숲은 조금 더 풍성해지고 쓰레기 매립지는 조금 더 비워진다.
우리는 돈, 시간, 혹은 집 안의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받아들였지만 우리의 행동은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낸다. 

단순함의 즐거움 -프랜신 제이-


                                             


지금의 행주를 만나기 전에 나의 행주는 아무리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고 삶지 않으면 늘 쿰쿰한 냄새를 풍기던 골치 거리였다.  그러던 중 빨아 쓰는 행주를 만났고 빨아 쓰는 행주는 과히 혁신적이었다. 필요한 만큼 빨아 쓰다 지저분하면 쓰레기통에 쏙 버리기만 하면 되니 주부에게 어찌 효자 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일회용 행주도 쓰다 보니 단점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는 빨아 쓰는 행주가 너무 얇아 두장 정도는 사용해야 사용감이 좋아 헤프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의 문제였다. (지금은 알록달록 예쁜 일회용 행주가 많이 나오지만 그때는 말이야 푸르뎅뎅한 얘만 나왔었을 거다.) 푸르뎅뎅한 행주가 주방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밉게 보였다.(혁신적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세 번째는 한번 쓰다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여러 번 재사용하다 보니 위생에 취약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공부하던 중 소창 행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창원단은 목화로 만든 면소재로써 아이들기저귀에 쓰일만큼 안전하고 흡수력이 좋은 원단이다. 행주로 사용할때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고 버릴때도 목화로 만들었기에 무해하다.  


소창 원단을 처음 사용하면 정련이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명 길들이기 작업인데 풀을 먹은 원단은 삶는 작업을 해서 풀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3번 정도 해야 비로소 내 행주가 된다. 이렇게 누르끼리한 원단이 삶으면 삶을 수록 뽀얗고 부드럽게 변한다. 잘 삶아서 말렸다가 바스락 거리는 행주를 접어 넣어두면 마치 살림왕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매일 삶기가 어려우니 저녁마다 주방 마감하면서 과탄산 소다 넣고 뜨거운에 담가 두었다 넣어두면 매일 새것 같은 행주를 만날 수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소창 행주를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 행주를 주방 마감으로 소독하는 일은 하루 중 가장 사랑스러운 루틴이 되었다. 뽀얗게 예뻐진 행주는 내주방 어디에 두어도 이질감 없이 잘어울린다.  


이렇게 장점 투성이인 소창 행주덕분에 나는 더 이상 일회용 행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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