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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월 Nov 24. 2020

브런치에 글 쓰는데 작가 꿈꿀 수 있잖아요.

내가 작가가 된다면 그건 사기일 거라는 당신께.

우리 부부는 지극히 반대되는 성향이다. 남편은 헛된 꿈을 꾸지 않는 현실주의자이고 나는 실현성 없는 꿈을 잘 꾸는 몽상가이다. 나는 로또를 자주 사지 않지만 사는 순간부터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어디 나라를 갈지 돈은 얼마가 들지 여행을 하고 남은 돈은 어떤 곳에 투자할지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그런 헛된 꿈을 기분 좋게 꾸고 있노라면 남편은 로또는 안될 거니 그렇게 디테일하게 꿈꾸지 않아도 된다며 찬물을 끼얹는다. 


또 남편은 현실주의자이면서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 뒤는 잘 생각하지 않는 덜렁이다. 예화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매할 때 큰 대출을 받아야 했지만 나는 집을 꼭 사고 싶다고 밀어붙였고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은 망설였다. 그러나 끊임없는 나의 설득에 남편은 꼼꼼히 검토한 후 집을 매매했다. 매매하면서 대출 및 주요 업무는 남편이 다 맡아서 했다. 나는 밀어붙이기만 했지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었다.(잘 몰라서.ㅠ_ㅠ) 그래도 내가 자부할 수 있는 건 내가 이렇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집을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헛된 몽상가 기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나는 내 실력을 잘 알기에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면 작가가 된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가가 된 상상을 하면 기분 좋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끄럽고 발가락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남편에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남편에게는 내 몽상가적 꿈꾸는 이야기를 잘하기 때문에 ) '내가 작가가 되면 어쩌지?' 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풉' 하고 웃으면서(입안에 있던 음식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에게 작가가 되자고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기꾼일 거라는 거다. 책을 내자고 하면서 돈을 요구할 거라고.... 이런... 된장 

물론 현실적으로 실행되지 않는걸 잘 알지만 말이라도 잘해보라고 힘을 실어주면 어디 덧나나?



브런치에 글 쓰는데 작가 꿈꿀 수 있잖아요. 꿈이라도... 





어떤 사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것은 꿈 혹은 진실 때문일 것이다. 꿈은 우리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도록 도와준다. 마음이 흔들릴때 "나는 꼭 이일을 해야 해!"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가장 좋은 단어가 꿈이다. 공허하지 않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꿈을 따라가는 삶이다. 


아무튼메모,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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