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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Jul 09. 2022

내가 사랑한 소년.

나의 덕후 입문기.

https://youtu.be/DPJL488cfRw


 음악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클래식은 전문적인 소양이 한참 부족하다. 그런 내가 요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에 깊이 빠졌다.  이 천재적인 작곡가의 2번 피아노 협주곡은 익히 알고 있고 즐겨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3번 피아노 협주곡은 내게는 낯설었다. 그런 내가 몇 주째 이 위대한 작곡가의 연주를 주야로 틈만 나면 함께 하니-새로운 행복에 눈을 뜬 경이로운 기분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18세의 어린 청년,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대가의 곡이 내 가슴속 깊숙이-처음 듣는 순간부터-길고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 반 클라이번에서 대상을 받은 천재 소년이다. 피아니스트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 7살에 피아노를 처음 접한 임윤찬은 그의 이름 앞에 늘 붙는 수식어 천재라는 단어에 걸맞게 탄탄한 테크닉과 곡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이 담긴 뛰어난 연주로 대중들에게 조금씩 이름을 알리다 3주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난해하고 큰 테크닉이 필요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그는 그만의 색깔로 자유자재로 언주 해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까지 눈물짓게 만들었다. 연주를 마친 윤찬이에 대한 오케스트라의 반응을 보며 어느 정도 나도 그의 우승을 점칠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대회의 이변은 없었다.



 일찍 시작된 폭염 속에 수면부족과 새로운 일에 대한 좌절로 (새로 어학원 4세 반 보조교사로 며칠 근무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었다.) 우울하고 자존감 바닥인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혼자였고 좌절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세상으로 나가는 일은 아직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다. 무더위에 며칠을 근육통을 동반한 열감기로 앓아누웠다.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건지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픈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대책 없이 마음만 여리고 어리숙한 내가 이혼 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참 버거웠다. 씩씩하고 강하고 다부진 성격이라면 좀 더 세상을 살아가기에 수월했을 텐데... 여리디 여리고 악착같음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내가 정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듯이 위태로웠다.


 온몸이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온 몸이 근육통으로 괴로웠다. 씩씩한 척 한동안 잘 견뎠는데 갑자기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때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듣게 된 어느 소년의 질주하듯, 속삭이듯 온갖 감정의 희로애락이 담긴 연주는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어려움과 절망 속에서 과연 나를 위로하고 내게 힘을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갈대같이 수시로 흔들리는 믿음 없는 딸을 끝까지 사랑하는 절대자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는 삶의 더없는 친구가 있으니 이걸로 충분히 족한 것은 아닐까.


 휘몰아치듯 에너지를 쏟아붓는 3악장의 막바지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어린 소년 윤찬이의 열정 어린 연주에-내 마음도 따라 절정으로 치다른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연습으로 재탄생한 라흐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환희의 카타르시스를 남기며 40여분의 연주가 끝이 났다. 3주 전 그의 연주를 처음 들은 후 매일 되풀이되는 리플레이는 이제 나의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이 되었으니 요즘 내게 제일 핫한 스타는 임윤찬이다. 부디 오래 기억될 연주가로 남을 수 있기를 엄마의 마음 아니 이모의 마음으로 그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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