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쁜손 Jul 06. 2023

1. 둘이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며...

두려움반 설렘반의 재혼


 어디서부터 나의 그간의 공백을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반년 조금 넘게 내 인생 후반기에 나의 히스토리에 중차대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지금도 꿈만 같고 믿기지 않는다. 삼십 대 후반부터 별거에 들어가 마흔일곱에 이혼했던 내게- 쉰일곱, 이혼한 지 십 년 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새 출발을 한지 보름이 조금 넘었다.

 늘 짝꿍에 대한 기도를 하던 내가 그 기도를 거의 포기할 무렵 단골 카페의 사장이자 내 친구가 된 명희 씨의 소개로 만난 나의 반려자. 살아온 환경과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지만 믿음이란 공통점 하나로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 가지 필요한 조건들보다는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이 신앙, 주 안에서의 평안과 행복이라는 큰 틀이 결국은 우리가 하나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암 유병자였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함께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가 난 신기하고 고마웠다.



 지난해 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혼 후 직장 다니는 동생을 대신해서 조카들을 돌보는 일로 생계를 꾸리던 내게-갑작스러운 동생의 퇴직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미였고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다. 전업주부로 오랜 세월 있었던 내게 이혼 후의 삶은 온통 두려움, 그 자체였다. 성정이 여리고 소녀 같은 내게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와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요양보호사과정을 등록했고 시작한 지 며칠이 안되었을 때 명희 씨의 전화를 받았다.


 카페 오픈한 지 3년이 된 그녀의 가게에 단골로, 친구로 지낸 사이인 우리. 내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해도 나란 사람의 성품을 그녀가 나를 나쁘게 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가 교회 성가대서 봉사하면서 알던 집사님과 만나보겠냐고 어느 날 넌지시 내게 물었다.

 집과 카페 일터밖에 모르는 내게 이성을 만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더욱이 신앙이 있는 믿음의 싱글을 만난다는 것도 힘든 일이어서 별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30분째 나를 기다리게 하는 남자에게 조금은 화가 났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잠시 멍하니 어두운 바깥 풍경을 보고 있을 때 한 중년의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명희 씨는 자리를 피해 준다고 카페를 내게 맡기고 볼일을 보러 나갔고 전혀 첫인상이 내 이상형과 거리가 먼 한 남자가 내 앞에 앉았으니 참으로 당혹스럽고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잠시의 침묵을 뚫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성이 살아온 지난날의 잘못들과 과오를 내게 고백하듯 털어놓는 간증이 시간. 아마 한 시간쯤 흘렀을까...

처음 보는 맞선녀에게 털어놓는 의도를 난 나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였고 늦은 시간이라 그 남자의 일방적인 간증만 듣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마음에 들지도 않은 남자에게 차였다고 피식 웃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느낌만 남아있다. 다 죽은 줄 알았던 연애세포가 내게도 남아있구나 하는 신기함. 이성과 깊은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신기하고 두근거렸다.

 졸음이 밀려와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분명 비호감이었던 사람인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호감으로 바뀌어있었다.


 다음편에 예쁜손의 연애담,재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봄이 오는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