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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자무 Apr 03. 2022

2022 빅이어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pt.1

아주 사적인 리뷰 pt.1 - 아주 긴 서론 

2022 Big Ears Festval에 다녀온 나의 아주 사적인 리뷰


아주 긴 서론. 

2017년 몬트리올에 있을 때 우연히 Meredith Monk가 공연했던 베뉴를 찾다 Big Ears Festival이라는 이 엄청난 페스티벌을 발견했다. 2009년에 시작된 페스티벌이라는데, Philip Glass, Meredith Monk, Jonny Greenwood, The Necks, Laurie  Anderson, Swans 등이 지난 라인업에 있던 것을 보고 한 눈에 이 페스티벌은 내가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다양하고 너무나 레전드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거쳐갔다. 이런 천국이 테네시의 녹스빌에 있었다니. 이 페스티벌이 아니면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도시 아닌가. 바로 다음에 열릴 2018년도에는 메러디스 몽크도 없었지만 그런 건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았고, 바로 티켓을 샀었다. 페스티벌 경험이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없지도 않았는데, 여태 가본 덴마크의 Roskilde festival, 스페인의 Primavera Festival, 네덜란드의 North Sea Jazz Festival 중에서 나에겐 최고의 페스티벌이었다. Bang on a Can의 공연장 360도를 감싸는 음악을 듣던 순간,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화석같은 Milford Graves의 드러밍을 보던 순간, Kid Koala가 준비한 관객들이 턴테이블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워크숍을 참여한 순간, Cyro Baptista라는 깜찍한 할아버지 뮤지션을 알게 된 순간, Okkyung Lee의 첼로 소리를 듣는 순간, 세상에서 꼭 목격되어야 하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른 메인스트림 페스티벌에 비교해 두 가지가 너무 내 취향이었는데, 첫째로는 공연장이 붐비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았으며, 두번째로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했다는 것이다. 메탈, 재즈, 노이즈, 시, 스포큰워드, 영화, 소울, 월드뮤직 등 그냥 잡것들이 섞인 것이 아닌, 구분 없이 '진짜 좋은 것'들을 끌어 모아놓은 것 같았다. 롤링스톤즈지에서는 이 페스티벌을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다양성이 풍부한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표현했다. 4년 전 녹스빌을 떠나면서 이 페스티벌에 다시 올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4년 뒤의 나는 서울에서 2022 빅이어스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세상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 와중에 나는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하릴없이 해외에 머물던 기간들이 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달았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3일 뉴욕에서 녹스빌로 향했다. 


2018년 나는 혼자였지만 2022 빅이어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갔다. 살면서 (내가 자의로는 갈 일이 없을) 싸이 콘서트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콘서트밖에 가보지 않는 내 남자친구는 평소에는 스포티파이에서 추천해주는 헬스장에서 나올 법한 음악을 듣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2018년 페스티벌 기간에 친구가 된 엘레나의 집에 머물게 되어 이번에는 그녀의 사촌동생과 남자친구까지, 다섯명의 사람들이 어울리게 되었다. 남자친구와 녹스빌 공항에서 엘레나의 집까지 리프트를 타고 가는데 젊은 여성분이었던 운전기사분은 빅이어스 페스티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건 좀 늙은이들이 가는 공연이야. 그거 말고 녹스빌에 더 젊고 좋은 페스티벌이 있어! Bonnaroo라고. 마시고 즐기는 페스티벌이고 라인업도 더 메인스트림이야." 정확히 내가 피하고 싶은 페스티벌 같은 묘사였지만 요즘 조금 더 예쁘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나는 "재밌겠네. 하하. 다음에 가봐야겠다."하고 대답했다. 엘레나의 집에 도착하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직접 만든 피타 브레드와 팔라펠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일에 치여사느라 아직 페스티벌 라인업을 아직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했다고 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빅이어스면 뭔들, 하는 안심으로 조급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빅이어스가 코로나로 지난 2년간 열리지 않았었다고도 말해주었다. 그럼 그 뒤로 놓친 빅이어스가 2019년 한 번밖에 없네! 하고 기뻤었다. 우리는 한국인이니 또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빼놓지 못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이야기도 튀어나왔다. 엘레나도 나처럼 오징어게임이 별로라고 해서 반가웠다. 가기 전에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페스티벌 첫 날이 밝았다. 

다음편에 계속.. 



3월 24일 목요일 

TOMEKA REID & NIKKY FINNEY

PATTI SMITH: WORDS & MUSIC

SPARKS

FENNESZ

LOW


3월 25일 금요일 

INTERVIEW: MARC RIBOT READS FROM UNSTRUNG: RANTS & STORIES

AROOJ AFTAB

DAFNIS PRIETO

CAROLINE SHAW & SŌ PERCUSSION

BANG ON A CAN ALL-STARS PANDEMIC SOLOS

PATTI SMITH AND HER BAND

ANIMAL COLLECTIVE

KIM GORDON

MDOU MOCTAR


3월 26일 토요일

YASMIN WILLIAMS

MEREDITH MONK & BANG ON A CAN ALL-STARS: MEMORY GAMES

ZORN: SIMULACRUM

MOSES SUMNEY

JASON MORAN

ANNETTE PEACOCK


3월 27일 일요일 

READING: HANIF ABDURRAQIB

CORNELIUS EADY TRIO

BANG ON A CAN ALL-STARS: AUTODREAMOGRAPHICAL TALES

GEORGE

YVES TU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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